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바탕으로 한국 축구의 세계화가 가속화했다. 특히 유럽 무대로 진출하는 선수들이 늘면서 이들이 축구 국가대표팀 전력의 핵심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같은 양상이 변하기 시작했다. K리그가 키워낸 젊은 선수들이 2011 카타르 아시안컵에서'해외파'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K리그의 수준과 경쟁력이 크게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괄목상대 '미들라이커' 구자철
조광래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당초 아시안컵에서 간판 스트라이커 박주영(26ㆍAS 모나코)를 2선으로 내려 공격 구심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박주영은 무릎을 다쳐 아시안컵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박지성(30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었다. 그러나 조 감독은 박지성 대신 구자철(22ㆍ제주)을 박주영의 대역으로 삼는 결단을 내렸다.
위험 부담이 적지 않은 선택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4-2-3-1 포메이션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된 구자철은 아시안컵 조별리그 2경기에서 대표팀이 터트린 3골을 혼자 책임졌다. 바레인의 이스마엘 압둘라 티프(4골)에 이어 득점 2위를 달리고 있다. 2007년 제주에 입단할 때만 해도 무명이었던 그는 K리그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성장을 거듭, 대표팀에서도 '에이스급'비중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연습생 신화의 주인공 이용래
이용래(25ㆍ수원)는'연습생 신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배기종(28ㆍ제주)과 장학영(30)은 K리그의 대표적인 '연습생 신화' 주인공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들은 태극 마크를 달고는 뚜렷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이용래는 2009년 연봉 1,200만원짜리 연습생으로 경남 유니폼을 입었다. 청소년 대표팀에서 활약하는 등 유망주로 꼽혔지만 고려대 1학년 때 당한 발목 부상으로 저평가됐다. 그러나 이용래는 지난 두 시즌 동안 62경기에 나서 10골 7도움을 기록하며 펄펄 날았고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에 뽑히는 이변을 연출했다. 조 감독은 아시안컵에서 이용래를 붙박이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하고 있다. 구자철의 공격력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은 뒤를 받쳐주는 이용래가 있기 때문이다.
신형 스트라이커 지동원
원 스트라이커 지동원(20ㆍ전남)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은 2011 카타르 아시안컵의 최대 소득으로 꼽을 만 하다. 지동원은 아시안컵 조별리그 2경기에 모두 원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했고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넓은 활동 반경으로 상대 수비진을 휘저으며 동료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15일 끝난 호주와의 2차전은 지동원의 중량감이 여실히 확인된 경기였다. 지동원은 전반 24분 정확한 위치 선정과 감각적인 패스로 구자철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했다. 지동원은 '유망주 양성소'로 명성이 높은 전남 유스 클럽(광양제철고)이 배출한 첫 번째 태극 전사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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