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룩불룩 솟은 1m 둔덕들을 화려한 턴 기술로 오르락내리락거리다 공중 곡예까지 2차례 펼치며 30초 내에 200여m를 주파한다. '설원 위의 롤러코스터'라 불리는 모굴스키는 보는 것만으로도 짜릿함을 선사한다. 모굴스키 최연소 태극마크의 주인공 최재우(17ㆍ휘슬러중등학교)가 아시아 정복을 선언하고 나섰다. 그는 특히 1,080도 회전(360도 세 차례 회전)이라는 공중제비 기술을 앞세워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날려버릴 것을 예고하고 있다.
최연소 태극마크로 모굴스키 남자 최고 기록
7세 때 처음 스키를 타기 시작한 최재우는 '될 성 부른 떡잎'으로 재능을 보였다. 모굴스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2004년부터. 최재우는 "모굴스키의 매력은 새로운 점프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성공 후 밀려오는 쾌감"이라고 말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성인들도 하기 힘든 360도 회전과 백플립(뒤로 공중회전) 등의 묘기들을 손쉽게 해냈던 그는 2006년 캐나다 청소년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당시 캐나다 블랙콤에서 열린 스피릿 시리즈 하이파이프 공연과 슬로프 스타일 경연에서 1위를 차지했어요. 그 해 지역 모굴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땄고요"라며 웃었다.
급기야 그는 2009년 15세의 나이로 모굴스키 최연소 국가대표로 뽑혔다. 당시 일본 이와나시로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 참가해 싱글모굴 26위, 듀얼모굴 22위를 기록했다. 22위 성적은 역대 한국남자 프리스타일 부문 최고 기록이다.
캐나다서 나홀로 '스키유학'하면서 키운 꿈
최재우는 8세부터 방학이 되면 '스키의 명소' 캐나다 휘슬러 인근 스키장으로 떠났다. 2008년부터는 휘슬러중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인 '스키유학'이 시작됐다. 그는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3위 출신인 마크 맥도넬(37) 코치로부터 체계적인 지도를 받았다. "한국에서 모굴스키를 할 수 있는 곳이 지산리조트 한 군데밖에 없다"는 그는 "국내대회도 회장배가 유일할 정도로 기량을 겨룰 무대가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FIS 월드컵과 같은 굵직한 대회 참가를 위한 지원금도 전무하다. 그래서 최재우는 자비로 대회에 출전하며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키우고 있다. 그는 "장비는 캐나다 업체로부터 지원받고 있어요. 한국의 국가대표들도 스폰서가 없어 경기 출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라며 유망주들에 대한 지원 부족을 안타까워했다.
'1,080도 회전'으로 카자흐스탄의 설원 유혹
1080도 회전은 밴쿠버 동계올림픽 당시 여자 모굴스키 부문에서 서정화(21ㆍ남가주대)가 선보이면서 주목을 받았다. 최재우는"2014년 소치올림픽 도전에 기량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이 올림픽에 출전한 것에 대한 부러움이 없다"며 "이번 아시안게임이 올림픽 전초전이라 생각하고 훈련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최재우는 세계 톱랭커들만 구사할 수 있다는 1,080도 회전 기술로 30일부터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동계 아시안게임 2관왕 도전에 나선다. 라이벌 디미트리(카자흐스탄)의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고 일본 선수 2명도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어 최재우의 금빛 전망은 매우 밝다.
그는 "카자흐스탄에서는 한 번도 경기를 하지 않았지만 부상만 없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특히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을 위해 하체 트레이닝을 집중적으로 해왔다. "하체가 받쳐주지 못하면 아무런 기술도 구사하지 못합니다. 때문에 1시간 트레이닝 중 40분을 하체 단련에 집중했답니다"는 그의 말에선 자신감이 묻어났다.
●최재우는
생년월일 1994년 2월27일
신체조건 175㎝ 70㎏
출신교 유현초 -화계중-휘슬러중등학교(재학)
종목 모굴스키(싱글, 듀얼)
주특기 1080도 회전, 백플립
수상내력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청소년 모굴대회 1위(2007) 프리스타일 스키 세계선수권 역대 한국인 최고 성적 22위(2009) 캐나다 FIS 노스아메리칸컵 21위 FIS 캐나디안컵 2위(이상 2010)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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