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이 또 다시 한국 선박을 납치했다. 지난해 4월 납치됐던 삼호 드림호와 같은 회사 소속 삼호 주얼리호가 비운의 대상이 됐다. 드림호와 마찬가지로 주얼리호 역시 소말리아 해안에서 1,000㎞ 이상 떨어진 인도양 한가운데서 피랍됐다. 23개국에서 파견한 군함이 소말리아 인근 해안을 막고 있는 사이, 소말리아 해적들은 원정 납치에 나서는 형국이다.
너무 넓은 바다, 증거 없애는 해적들
지난 2008년 유엔 안보리 결의 1816호에 따라 23개국 군함이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 배치돼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 청해부대도 이 곳에 파견돼 해적 퇴치에 나선 상태다. 그러나 국제사회 소속 군함이 막기에 바다는 너무 넓고, 함정 수는 한계가 있다.
군함이 순찰을 돌아야 하는 해역의 범위는 서부유럽의 면적과 맞먹는다. 우연히 나포 현장에 있지 않으면 막을 수 없는 구조다. 나포된 선박을 발견하더라도 군함들이 공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인질의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방법은 사전에 해적선을 적발하는 것인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해적들은 비교적 큰 모선을 중심으로 2~3척의 작은 보트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선은 무기와 음식 등을 공급하며 속도가 빠른 작은 보트나 어선으로 선박을 나포한다. 군함이 이들을 발견하고 접근할 경우 해적들은 무기를 바다에 버리는 것이 보통이다. 증거가 없으니 체포할 수도, 사전에 막을 수도 없다. 네덜란드 군함 관계자는 BBC에 "무기는 전혀 나오지 않아 체포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무기를 버린 해적들은 다시 소말리아 영해 내에 있는 모선으로 돌아가 무기를 공급받는다.
거대한 산업 된 해적행위
지난 13일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인 채텀하우스는 전 세계 해적 활동으로 매년 70억~120억달러(7조8,000억~13조3,800억원)의 경비가 발생한다고 발표했다. 해적을 피해 항로를 수정하는 데 드는 비용, 인질 몸값, 할증 보험료, 보호장비 등이 모두 포함됐다. 소말리아 해적의 경우 상업선박 1대를 납치할 경우 보통 200만~500만달러의 몸값을 받으며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AP에 따르면 지난해 소말리아 해적이 납치한 선박과 선원은 각각 28대, 660명이었다. 몸값으로 950만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진 삼호드림호의 경우를 제외하고도 연간 5,400만~1억5,000만달러를 걷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국민 약 80%가 빈곤층인 소말리아에서 해적은 청년들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돈벌이다. 몸값은 최첨단 무기를 구입하는 데도 쓰이지만, 20~35세 사이의 젊은이들을 해적으로 유혹하는 데도 사용된다. 소말리아에서 해적은 돈과, 권력을 가진 인물로 통한다. "해적과 결혼하는 것이 소말리아 젊은 여성들의 꿈"이라는 얘기도 나오는 지경이다.
해적 산업은 국제 네트워크까지 형성될 정도로 분업화 되고 조직화됐다. 런던 선박거래소의 브로커와 소말리아 출신 전직 군벌이 가세해 협상과 자금 조달에 가세하고 있다. 선박규모와 항로 등 정보 제공 조직, 몸값을 협상하는 조직, 수금 조직까지 세분화돼 있다. 여기에다 돈의 전달이나 선박 보험료 할증 등에 은행, 보험업계까지 군침을 흘리는 탓에 해적 산업이 더 커진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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