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마틴 빈터코른 폴크스바겐 회장은 세계1위 등정 목표를 2018년에서 2015년으로 앞당길 뜻을 내비쳤다. 장밋빛 청사진의 근거는 중국. 그는 "중국 시장에 대한 시설 투자를 계속 확대, 2015년까지 106억 유로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2014년까지 중국내 생산량을 현재의 두 배에 가까운 연 300만대 수준까지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그동안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중국의 자동차 수요에 대해 현지언론조차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15일 베이징청년보(北京靑年報)는 올해 중국 자동차 수요가 10%가량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광저우일보 등은"업체간 증설 경쟁으로 5년 뒤 중국 자동차 산업은 소화불량에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계 자동차업계에 중국의 과잉생산시설에 대한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업체마다 경쟁적으로 생산시설을 늘리고 있지만 수요 증가는 이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경우 파장은 중국은 물론 신흥국 시장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수익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중국내 잉여 생산분이 신흥국 시장으로 몰릴 가능성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생산의 90%를 담당하는 상위 12개 기업의 증설 계획을 분석한 결과, 2015년 생산능력은 3,350만대에 달했다. KOTRA 중국사업단 관계자는"하위업체까지 가세할 경우 3,500~3,700만대에 이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수요는 둔화한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수요는 2009년 1,364만대에서 지난해 1,806만대로 30% 폭증했으나 올해는 전년에 비해 11%가량 늘어난 2,000만대에 그칠 전망.
이는 중국 당국의 긴축 움직임 때문이다. 베이징시는 올해 들어 신규차량 등록을 24만대로 제한하는 번호추첨제를 실시하고 있다. 다른 대도시도 수요 억제 정책을 검토 중이다. 또 중국 정부는 올해부터 소형차 구매세를 부활하고, 농촌지역의 차량 구매 보조금제도도 폐지할 움직임이다.
과잉생산이 되면 중국 업체와 합작사를 통해 증설에 나섰던 폴크스바겐, GM, 도요타, 현대ㆍ기아차 등은 출혈 경쟁을 피할 수 없다.
더 큰 영향은 신흥국 시장에서 나타날 수 있다. 중국이 잉여 생산품을 신흥국 시장으로 돌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은 합작사 위주로 성장한 중국 자동차업체에게 독자 브랜드 창설을 독려하고 있다. 기술을 습득했으니 독자 브랜드로 내수 시장을 지키고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신흥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것.
이미 상하이차는 합작사인 GM과 중국에서 만든 차에 GM 시보레 브랜드를 붙여 칠레에 수출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중국산 메르세데스-벤츠, 폴크스바겐 등을 제3국에서 볼 날이 멀지 않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물론 반론도 있다. 최근 중국 대도시 위주의 수요는 억제되지만 중서부지역 중산층이 새로운 대안 수요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 또 중국산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신흥국 시장에 진출하더라도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연주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원은 "중국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은 일단 소강상태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과잉 생산을 우려한 중국 당국이 곧 생산라인의 증설을 규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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