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들의 '엉터리' 재무건전성 지표가 또다시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저축은행 건전성을 가르는 척도로 알려져 있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믿을 수 있는 지표가 아니라는 세간의 의구심이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화저축은행은 2009년6월 BIS 비율이 8.73%로 우량 저축은행의 기준을 충족했고, 2009년 말까지만 해도 7.37%에 이르렀다. 하지만 2010년 6월 말 갑자기 -1.42%로 떨어져버렸다. 멀쩡해 보이던 우량저축은행이 겨우 6개월 만에 부실덩어리로 돌변한 것. 2009년 삼화저축은행은 우량한 BIS 비율을 내세우며 6월과 12월에 각각 200억원씩 만기 5년이 넘는 후순위채까지 발행했다.
이렇게 표면적으로는 문제가 없던 저축은행의 재무 건전성 지표가 갑자기 돌변하는 이유는 평소 저축은행들이 BIS 비율을 부풀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BIS 비율의 '자기자본'은 '기본자본'과 '보완자본'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후순위채가 대부분인 보완자본은 진정한 자기자본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 기본자본은 자본금, 자본준비금, 이익잉여금 등으로 구성되는데, 일부 저축은행들은 회수가 어려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을 '정상'이나 '요주의'로 분류해 대손충당금을 적게 쌓은 뒤 이를 통해 이익잉여금을 부풀려 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지난해 초 여러 중견 건설사들이 파산이나 워크아웃에 들어가자 이렇게 감춰왔던 PF 부실이 현실화했다. 이어 금융감독원이 PF 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문제 사업장에 대해 철저히 충당금을 쌓도록 지시하자 또다시 이익잉여금이 줄어들면서 BIS 비율이 급격하게 떨어진 것.
골탕 먹는 것은 예금자와 후순위채 투자자들이다. 특히 후순위채 투자자의 경우 5년 동안이나 돈을 묵혀두어야 해 BIS 비율이 떨어져도 손쓸 도리가 없고, 영업정지를 당할 경우에는 말 그대로 '후순위'여서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최근에는 대형 저축은행들도 신용평가조차 받지 않고 후순위채를 발행한다"면서 "언제 재무상황이 악화할지 모르는 만큼, 후순위채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저축은행의 BIS 비율이 제대로 산정됐는지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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