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류재준(41)씨가 해외 클래식 무대로 본격 진출한다. 16일 칸의 스테파니팔레크롸제트극장에서 근작 ‘첼로 협주곡 2번’이 세계적 첼로 주자 아르토 노라스(67)의 연주로 프랑스 초연된다. 이어 4월 12일 영국 런던에서는 로열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필하모니아합창단, 소프라노 김인혜씨 등과의 협연으로 그의 ‘진혼 미사곡(Sinfonia da Requiem)’을 연주한다. 폴란드의 거장 작곡가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는 2008년 그를 “유일한 적통”이라 천명했다. 류씨도 자신을 두고 “펜데레츠키의 무릎 제자”라 한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 그는 어느덧 각광받는 작곡가가 됐다. 두 무대에 이어 8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콘체르티노앙상블이 ‘현을 위한 샤콘느’등을 공연할 예정이다. 또 9월 체코에서는 체코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바이올린 협주곡’을, 12월 핀란드 헬싱키에서는 헬싱키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오페라 ‘장미의 이름 서곡’등을 각각 연주한다.
최근 들어 그의 작품이 현대 음악으로는 드물게 일반 콘서트홀과 친분을 축적해 가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정규 레퍼토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얘기기 때문이다. 출국을 앞둔 그와 13일 대화를 나눴다.
_프랑스인과 처음 만날 ‘첼로 협주곡 2번’은 어떤 작품인가.
“‘위대한 예술의 후원자를 위하여’라는 이름이 붙은 이 곡은 2년의 작업을 통해 지난해 6월 완성한 단악장의 30분짜리 곡이다. 첼리스트인 노라스를 위해 씌어진 순수 음악인데 이번 것은 두 번째 버전이다. 노라스는 1993년 세계적 첼리스트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로부터 소개받았는데 머잖아 작품을 위촉했다. 펜데레츠키 덕분에 나는 노라스와 절친한 사이다.”
_예술적으로 어떤 계기가 있었나.
“노라스는 2007년 말 나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듣고는 나한테 ‘역사적 작품이다. 시간 되면 첼로 곡도 써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노라스는 첼로가 뭔지 알려 줬다. 첼로의 다양한 소리, 다른 현악기와의 차이점 등 그에게서 받은 첼로 수업 덕에 이 곡을 지을 수 있었다. 노라스는 지난해 6월 핀란드에서 열렸던 난탈리페스티벌에서는 나를 ‘올해의 작곡가’로 강력 추천하기도 했다.”
_난탈리페스티벌에서 초연됐을 당시 평은 어땠나.
“현대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이해 안 될 정도로 너무 후기낭만주의적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후기낭만주의의 큰 흐름을 어떻게 익혔는지 궁금하다는 평이었다.”
_바로 그래서 당신의 작품은 복고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 않은가.
“중요한 것은 음악이다. 내 욕심을 부리면 새로운 것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사람들에게 불편한 부분이 생기는 법이다. 멋 부리기보다 순수하게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음악의 위대한 전통을 존중한다. 12일 지휘자가 전화를 걸어와 ‘선율은 낭만적인데 큰 흐름에서 동양적 느낌’이라더라.”
_이번 프랑스 연주의 의미를 짚는다면.
“자연스러워지고 구조적으로 보다 성숙해진 두 번째 판의 세계 초연이자 프랑스 데뷔 무대다. 프랑스 특유의 날카롭고 솔직한 반응이 기대된다. 프랑스 음악을 주도하는 관계자들이 다 오니 앞으로 프랑스에서의 연주 기회가 늘 듯하다. 나로 보면 새로운 청중 개발의 의미가 크다.”
_국내 무대 계획은.
“당분간 없다. 단 앙상블오푸스의 꾸준한 활동 통해 한국의 좋은 작곡가들을 해외에 보내는 활동을 계속할 생각이다.” 국내 연주가 못 이뤄진 데 대해 류씨는 “펜데레츠키가 ‘사람에게는 때가 있다’고 했다”며 답을 대신했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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