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요계의 대세가 아이유라면 여자 농구계에는 김단비(21∙안산 신한은행)가 있다. 혜성처럼 등장한 앳된 소녀가 2010~11시즌 여자프로농구에서 14일 현재 경기당 평균 16.56점을 올리며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여자프로농구 13년 역사상 최연소 득점왕을 기대해 볼만하다.
외국인선수 제도가 없어진 2007~08시즌부터 득점왕은 정선민(37ㆍ안산 신한은행)이 두 번, 김계령(32ㆍ부천 신세계)이 한 번 차지했는데 나머지 선수들과 격차가 컸다. '초고령화 사회'인 여자농구에 김단비가 이름 그대로 '가뭄 속 단비'처럼 촉촉히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셈이다.
신한은행의 막내가 대한민국의 에이스로
급성장의 바탕에는 '자신감'이 있다. 김단비는 "예전에는 '안 들어가면 어쩌나'걱정을 했는데 이제는 '이미 들어갔다'고 생각하니 잘 된다"고 미소 지었다. 전문가들도 지난해 체코 세계선수권대회와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거치면서 완전히 다른 선수로 거듭났다는 평가다.
김단비는 고교 때까지 센터를 맡았다. 김단비는 "3점슛을 프로에서 처음 배웠다"며 "빠른 가드들을 쫓아다니며 스크린을 빠져 나오는 게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무섭기로 유명한 임달식 신한은행 감독에게 많은 꾸중을 들어야 했다. 김단비는 "수비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면서도 "1년 동안 3점슛을 하루에 500개 이상 던지니 슛은 조금씩 감이 잡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단비의 성장은 현재 진행형이다.
득점왕은 아직 때가 아니다
김단비는 "솔직히 득점왕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지금 득점왕이 된다면 거만해지기만 할 것 같다고 했다. 김단비는 "선배 언니들이 몸이 좋아지면 금방 득점 1위를 빼앗아 갈 것"이라며 "농구 실력이 늘어가는 걸 느끼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단비는 "정선민 김계령 언니들 수준이 됐을 때 득점왕을 제대로 노리겠다. 5년 뒤면 정말 자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임달식 신한은행 감독은 "단비가 지난해에 비해 슛이 좋아져서 상대가 외곽수비에도 신경 써야 하니 덩달아 골밑 돌파까지 살아났다. 득점왕에 오를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멘토는 정선민, 목표는 박정은
김단비의 멘토는 '바스켓 퀸' 정선민이다. 정선민의 호된 채찍이 지금의 김단비를 만든 셈. 김단비도 처음에는 눈물이 나올 정도로 서운했다고 했다. 김단비는 "선민 언니 없었으면 저는 지금 주전으로도 못 뛴다"며 "기술은 물론 프로선수로서 갖춰야 할 자세까지 배우고 있다. 언니의 모든 게 부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목표는 박정은(34∙용인 삼성생명)이라고 말했다. 박정은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몰포워드. 김단비와 포지션이 같다. 김단비는 "정은 언니가 수비하는 걸 보면 저절로 입이 벌어진다"며 "정은 언니를 반드시 넘어 최고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농구장에는 김단비를 연호하는 팬들이 부쩍 늘었다. 김단비도 '완소녀 김단비'라는 문구가 가장 맘에 든다고 했다. 김단비는 "사람들이 알아보고 인터뷰 요청도 많이 들어오니까 농구 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살며시 미소 지었다.
김종석기자 lefty@hk.co.kr
사진=윤관식 기자 new@s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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