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개인소비 부문 가속… 주택시장은 정체 여전
지난해 연말부터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빨라지는 모습이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 부문에서 두드러지고 있는데, 개인소비를 뒷받침하는 고용부문에서도 긍정적인 모습이 보인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하여 원성을 산 미국이 이번에는 경제회복에 속도를 내어 세계경제에 기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먼저 소비 측면을 살펴보자. 개인소비가 지난해 10월 중 0.5% 늘어나 2009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데 이어 11월에도 0.3%의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 연말 쇼핑시즌의 소매판매 실적도 전년 대비 5.5% 늘어나면서 2005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최근 미 연준의 보고서에 따르면 필라델피아와 샌프란시스코 등에서는 소매업체들의 저가 세일에 대한 의존도가 완화되고 고가품 판매가 상당 폭 증가했다.
이처럼 최근 개인소비를 중심으로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는 미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국채매입(2차 양적완화ㆍQE2)과 감세연장 조치가 크게 기여했다. 연준은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지난해 11월3일 6,000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추가 매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이 국채를 매입하여 국채금리가 하락하면 일반 대출금리가 낮아져 소비 및 투자를 자극할 것이라는 논리에 따라 '2차 양적완화'를 단행했는데, 실제로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12월17일에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당시 도입한 감세법이 다시 연장되어 발효되었다. 이 법안에는 소득세 및 사회보장세 인하, 장기실업수당 시한 연장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따라 금년에만 세수감소,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3,742억달러의 경기부양 효과가 예상된다. 특히 근로자가 내야 하는 사회보장세가 2%포인트 인하(6.2% →4.2%)됨으로써 직접적인 소득 증가를 통해 소비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시장에서도 일부 지표들이 개선되었다. 비농업부문 취업자수가 당초 예상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12월 중 10만명 이상 늘어나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고 실업률도 9.4%로 11월의 9.8%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실업수당 신규 청구 건수도 12월 넷째 주에 39만1,000여명으로, 2008년 7월 이후 처음으로 40만명 이하로 감소했다.
감세법 연장 이후 미국 경제를 보는 낙관적 시각이 증가하면서 전문가들은 2011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대 중후반에서 3%대 초중반으로 상향 조정했다. 경기회복세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는 금융시장에도 반영됐다. 지난 12일 현재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주가지수는 지난해 10월말 대비 5.7% 상승했고, 달러화는 유로화에 대해 6.2%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이번 경기침체의 진원지인 주택시장은 금년에도 회복세가 무척 더딜 것으로 보인다. 대출 원리금 상환이 연체되어 저가에 처분되거나 금융기관의 압류로 경매에 넘어간 주택이 늘어나면서 주택가격은 하락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중반 상승세로 돌아섰던 주택가격은 8월 이후 다시 하락세로 반전돼 10월에는 전월보다 1.3% 하락하면서 하락폭도 확대됐다.
고용시장의 회복 속도도 너무 완만하다. 전문가들은 대졸자, 이민자 등 경제활동인구가 자연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월평균 12만~15만개 가량의 일자리가 증가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업률도 금년에 점차 하락하겠지만, 9%대의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7일 의회 증언에서 고용시장이 완전 정상화되기까지는 4~5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같이 최근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 기대는 추가 국채매입, 감세 등 통화 및 재정 정책에 기인한 것이어서, 미국 경제가 자생력을 회복했다고 보기에는 아직 성급하다. 연준도 경기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시각을 유지한 가운데 주변의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2차 양적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을 재확인하였다. 경기회복세가 지속 가능한 힘을 얻기 위해서는 민간부문에서 주택경기 회복, 신규투자 및 고용 확대 등을 통해 경기회복의 불씨를 더욱 키워가는 것이 긴요하다. 따라서 미국 경제가 정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성장에 가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인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임춘성 한국은행 구미경제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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