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글로벌 기업이라고 하면 수출을 많이 하거나 해외에서 널리 알려진 기업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아무리 유명한 기업이라도 소비자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발빠르게 서비스나 제품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라고 할 수 없다.
수년 전 해외 유명 대형 할인매장들이 국내시장에 진출했다가 10년도 버티지 못하고 쓴 맛을 본 사례들만 봐도 그렇다. 이들 기업은 브랜드 파워만 믿고 그들만의 글로벌 스탠다드가 한국에서도 통할 거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국내에 진출했다. 이 때문에 한국의 문화와 소비자의 선호도는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고, 내부에서는 언어 문제로 소통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결국 한국시장 철수로까지 이어졌다. 이들 기업이 해외에선 아무리 승승장구 하더라도 우리들에게는 글로벌 기업이라는 말이 그다지 와 닿지 않는다.
전 세계인들의 마음 속에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현지 특성에 맞는 지역맞춤형 전략이 필수다. 각 지역이나 국가들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이 곳에서 통했으니 저 곳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이나 유럽연합(EU),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지역적 결속을 맺은 국가들 사이에서 상품ㆍ자본ㆍ노동ㆍ서비스가 자유롭게 이동하는 경제블록화 현상을 봐도 그러하다. 각 블록별로 경제가 운용되기 때문에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잣대가 무색해지고 지역 색깔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이 한국 본사 중심으로 해외 각지의 법인을 관리해서는 글로벌 성장이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락앤락은 세계 6개 지역을 블록으로 지정하고, 각 블록이 독립적인 개체가 되어 자립ㆍ자족화하는 '글로벌 블록화 경영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전략은 현재 중국을 중심으로 홍콩ㆍ마카오 및 몽골에서 성공리에 정착되고 있다. 지역적 특징과 장점을 살려 칭다오(靑島)항과 가까운 웨이하이(威海)와 세금 혜택이 있는 쑤저우(蘇州)에 생산기지를 두고, 중국 최대 상업도시인 상하이(上海)를 영업중심지로 운영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이처럼 생산ㆍ판매는 물론 R&Dㆍ마케팅투자ㆍ인사관리ㆍ파이낸싱 등을 현지에서 이뤄지게 해 각 블록마다 현지 소비자 특성에 맞는 제품 개발, 신속한 의사 결정 및 대응, 자금의 유동성 확보, 운송시간 및 비용 절감 등을 이뤄낼 수 있다.
전 세계 지역 맞춤형 블록화 경영은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조건일 수도 있다.
김준일 ㈜락앤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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