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바집 비리 사건에 연루돼 브로커 유상봉(45ㆍ구속기소)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강희락 전 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강 전 청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심사)을 맡은 최석문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판사는 13일 "검찰이 공소장에서 밝힌 혐의 사실을 보면 강 전 청장을 구속해야 할 정도로 혐의 내용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런 상태에서 강 전 청장을 구속하는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부당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최 판사는 이어 "이미 확보된 증거 자료와 브로커 유상봉씨가 구속돼 있는 점에 비춰 강 전 청장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수사 경과, 강 전 청장이 수사에 임한 태도, 가족 관계 등을 종합하면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영장 기각은 납득되지 않는다"며 "이번 결정은 대단히 이례적인 것으로 영장 재청구 여부에 대해 추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여환섭)는 지난 10일 강 전 청장을 소환 조사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강 전 청장은 2009년 함바집 브로커 유상봉씨로부터 경찰관 승진 인사 청탁 명목 등으로 1억1,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8월 유씨가 구속되기 직전 4,000만원을 건네면서 해외 도피를 권유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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