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을 맞아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떠난 한국 어린이 110여명이 필리핀 당국에 여권을 압수당하고, 사실상 현지에 억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13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필리핀 마닐라 지역에서 영어연수를 받던 국내 어린이 110여명이 외국인 학업허가증(SSP) 없이 수업을 받다가 지난 7일 현지 당국에 적발됐다. 필리핀 당국은 어학연수를 진행하는 한국인 학원 관계자 등 8명을 체포해 이민청의 외국인수용소에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어린이들은 어학연수를 즉각 중단한 채 필리핀 당국의 허가 아래 한국인 인솔자의 보호를 받고 있다. 앞서 이들 어린이는 개인당 200만~300만원씩을 내고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영어권인 필리핀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 덕분에 영어 어학연수 지역으로 인기가 높은 편이다. 다만 필리핀에서 어학연수를 받으려면 현지 이민법에 따라 SSP를 발급받아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이민법 위반자로 처벌된다. 그러나 한국인 어학 연수생 대부분은 1인 당 15만원 정도인 SSP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적법 절차를 밟지 않고 연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도 어학연수를 주관한 학원측이 SSP를 받지 않고 수업을 진행하다가 동업관계이던 현지 필리핀인의 고발로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현지 언론에도 크게 보도됐다.
외교부는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다”면서 “이들이 어학연수를 계속하거나 귀국할 수 있도록 필리핀 당국과 교섭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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