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는 삶의 근원적 필요의 영역이지만, 동시에 각자의 인격과 사회적 자아를 구현하는 첨예하고 역동적인 문화영역이기도 합니다. 그 문화는 유행이나 트렌드의 이름으로 보편적 흐름을 형성하곤 하지만 때로는 낯선 취향을 표출하기도 합니다. 다양한 생활 영역에서 부각된 현상과 이슈를 살피고, 그 의미를 영역별 전문가 그룹과 함께 살펴보는 'What's hot?'코너를 신설합니다. 첫 회는 TV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패션 이야기로 정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활발한 질문을 기다리겠습니다.
Q. 기자
TV 드라마 '시크릿 가든'보세요? 거기에 한류스타로 나오는 윤상현씨가 지난달 중순 여성복 브랜드의 의상을 입고 나와서 블로거 사이에서 화제가 됐어요. 네티즌들은 윤씨가 입고 나온 하늘색 다이아몬드 무늬 니트와 헐렁한 회색 카디건이 너무나 잘 어울려서 브랜드 정보를 찾았다가 그 옷들이 여성복이라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답니다. 그런가 하면 여성들도 남성복 브랜드를 사입는 경우도 있다지요? 도대체 남자가 여자 옷을, 여자가 남자 옷을 입는 이유가 뭔가요?
A. 손정완 디자이너
윤상현씨는 헐렁한 여성복을 선택해서 훌륭하게 스타일링한 경우죠. 여성복이 남성복보다 디자인과 실루엣이 섬세하거든요. 최근 꽃미남 같은 여성스런 이미지의 남성들이 인기가 많은데요, 보다 부드러운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여성복을 선택하는 겁니다. 머플러 같은 여성용 소품이나 여성용 화장품을 쓰는 남성들은 이제 흔해졌을 정도죠.
전반적으로 스타일링에서 '이렇게 입어야 한다, 아니다'는 고정관념은 깨지는 추세에요. 예전보다 남성은 여성복으로 여성은 남성복으로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어요.
여성복에도 남성복에서 모티브를 따온 옷들이 지난해 유행했어요. 여성적인 실루엣을 드러내지 않고 헐렁한 스타일을 가리키는 보이프렌드 진, 보이프렌드 카디건 등이 그런 예입니다.
아예 남성복을 입는 여성들도 있어요. 펑퍼짐한 티셔츠 같은 건 남성복에서 고르는 거죠. 저는 지난해 11월 일주일동안 한시적으로 남성복 라인을 판매했는데 정작 구매자의 10%는 자기가 입을 재킷이나 니트를 사간 여성이었다는 거 아닙니까?
여자가 남성복을 입는 이유는 파워풀한 느낌을 위해섭니다. 어깨가 강조된 남성용 재킷에 스키니진을 입거나, 물결치는 듯한 얇은 소재의 통 넓은 바지에 터틀넥 상의를 입으면 몸매를 드러내지 않는 대신 세련되고 힘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남성이 너무 여성스러운 것을 고르거나 여성이 각진 남성정장을 고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잘못하면 트렌스젠더로 보일 수도 있겠죠.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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