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이 남겨주신 나눔의 가치를 많은 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습니다."
'수단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고(故) 이태석 신부가 14일로 선종한 지 1년. 수단에서 이 신부의 봉사활동을 옆에서 지켜보며 지원했던 이재현(51)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관은 요즘 수단 어린이 지원활동으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그는 8년째 수단어린이장학회 이사장을 맡아 이 신부의 뜻을 실천하고 있다.
이 정책관이 이 신부를 만난 건 2000년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국 요원으로 케냐 나이로비에서 파견 근무를 할 때이다. 당시 나이로비의 한인 가톨릭회장을 맡았던 이 정책관은 이 신부를 처음 만났을 때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성당 뒤에서 누가 들어왔는데, 처음에는 하도 수수하게 차려 입어 신부인지도 몰랐습니다." 이 정책관은 이 신부가 남수단에서 물건을 사러 나이로비로 나올 때마다 남수단의 톤즈 마을 주민들의 생활상을 전해 들었고, 한인회 차원에서 모금활동을 벌였다.
이 정책관은 이 신부를 돕기 위해 가족과 함께 톤즈 마을에 열흘간 머물기도 했다. 20년 이상 계속된 내전으로 가난과 질병에 신음하는 주민들의 모습은 상상한 것 이상으로 처참했다. "주민들의 처참함에 놀랐고, 그들을 어루만지는 신부님의 헌신적인 활동에 또 한번 놀랐습니다." 이 정책관은 당시 톤즈마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2003년 6월 귀국한 이 정책관은 남수단의 실상을 국내에 알리고 이 신부를 지원하는 활동에 나섰다. 2004년 수단어린이장학회를 설립하고, '수단 이태석 신부님'이라는 인터넷 카페도 만들어 톤즈 돕기에 팔을 걷어 부쳤다. 이 신부가 잠시 귀국할 때마다 수단어린이돕기 음악회를 열어 후원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 정책관의 노력으로 장학회는 현재 후원자가 9,000명에 달한다. 공무원에서부터 해물탕집을 경영하는 중년여성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톤즈 주민들 돕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 신부의 삶이 영화(울지마 톤즈)로 만들어지면서 시민들의 후원이 급증했다. 덕분에 톤즈에는 고등학교와 병원이 만들어졌고, 1,500명이 넘는 학생들이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정책관은 "신부님은 나보다 나이가 두 살 적었지만 '부드러움이 강한 것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셨다"며 "꼭 금전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가진 아주 작은 재능이라도 주변에 나눠주는 모습이 신부님이 진정 바라던 가치였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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