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소유주 동의 없이 무단으로 공원을 조성해 말썽을 빚고 있는 경기 남양주시 호평동 A아파트(본보 1월 11일자 16면 보도)가 '도면상 공원'으로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승인권자인 남양주시는 건설사의 공원부지 매입이 차질을 빚자 다른 땅을 근린공원으로 결정하며 토지소유주에게는 통보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의혹을 키우고 있다.
누구를 위한 근린공원인가
D건설사는 2007년 11월 대지 8만5,400여㎡에 아파트 1,200여 가구를 짓는 사업계획 승인을 받았다. 대지와 근린공원 1만2,400여㎡(왼쪽 빗금친 부분)를 포함한 11만3,800여㎡는 제1종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결정됐다. 13일 입수한 시 고시 지형도상 당초 공원자리는 이미 준공된 B아파트에 붙어 있는데다 도로로 분리돼 A아파트 주민을 위한 시설로 보기는 어려운 위치다.
건설사는 이 부지를 공원으로 편입시켜 사업계획을 세웠는데, 당시에는 매입도 하지 못했다. 제1종지구단위계획 수립 시에는 계획인구 1인당 3㎡의 공원 또는 녹지를 확보해야 한다. 도면상에 공원을 만들어 넣으면 보다 많은 아파트를 지을 수 있어 사업성이 높아진다. D건설 관계자도 "법정 공원면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마땅한 땅이 없어서 임의로 (공원으로) 정했다"고 시인했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남양주시는 그럼에도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더 이상한 공원위치 변경
2008년 공사가 시작된 뒤 자기 땅이 공원으로 포함된 것을 알게 된 토지주가 반발하고, B아파트 주민들까지 공원위치 변경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D건설이 공원 변경을 제안하자 시는 지난해 9월 도시관리계획으로 A아파트 맞은편(현 공원 자리·굵은 선 부분) 약 1만4,000㎡를 근린공원으로 결정했고, 지난해 12월 이에 맞춰 지구단위계획도 변경했다. 하지만 새로 정한 근린공원 중 건설사가 매입하지 못한 부지 약 2,400㎡(검은 부분) 토지소유주들이나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에게는 입안 내용을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국토해양부 지침상 지구단위계획은 국토종합계획이나 천재지변 등의 사유가 없는 한 5년간 변경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주민의 입안제안이 타당한 경우'에도 변경할 수 있다는 단서가 있지만 '타당'의 범위 등은 명확하지 않다. 시 관계자는 "당시 A아파트 입주예정자 대표인 56명이 요구해 문제될 게 없다"고 해명했다.
커지는 의혹
시의 근린공원 위치 변경의 문제점은 상급기관인 경기도 감사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도 감사관실은 '도시계획시설용지에 편입되는 토지소유주 등 이해관계인에게 그 사실을 통지해야 한다'는 시 도시계획조례에 근거해 최근 시에 관련자 징계를 요구했다. 또 남의 땅에서 실시계획인가 없이 무단으로 공원 공사를 진행했어도 공무원들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여기에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시 고위 공무원이 지난해 6월 잠적한 사실도 해괴한 도시행정에 대한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당시 시 국장급인 S씨는 민원 무마 대가로 D건설사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수사대상에 올랐지만 압수수색 며칠 전 해외로 도피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폴에 S씨 신병 인도를 요청했다"며 "수사는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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