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신자들은 연초부터 부끄러워 고개를 못 들고 다닐 지경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터진 비방 사건과, 강남의 대형 교회로 이명박 대통령이 장로로 있는 소망교회에서 벌어진 난투극 때문이다. 안 그래도 최근 몇몇 유명 교회 목사들이 성 추문을 일으켜 교회에 먹칠을 한 마당에 국내 대표적인 두 교회에서 집안 싸움 끝에 이런 소동이 벌어지자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2일 일어난 소망교회 난투극은 현 당회장인 김지철 목사와 해임된 두 부목사 사이에 있었던 폭행 사건이다. 1부 예배가 끝난 뒤 전날 보직해임된 조모 부목사와 지난해 7월 해임된 최모 전 부목사가 당회장실로 찾아와 항의하다가 심한 몸싸움이 벌어져 김 목사의 왼쪽 눈 주위 뼈가 부러졌다. 김 목사는 전치 4주일 진단을 받아 입원했다. 경찰은 두 부목사를 입건하고 그 중 1명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일부 교인들은 “경찰이 목격자 진술도 받기 전에 일방 폭행으로 결론을 냈다”고 반발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는 지난해 마지막 날 저녁 순복음강남교회(서울 대치동)의 최모 부목사 등 교역자 4명이 당회장 이영훈 목사를 비방하는 전단을 뿌리다 붙잡혔다.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최 부목사는 자신이 폭행당했다고 주장했지만 여의도순복음교회는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두 사건 모두 교권 다툼에서 비롯됐고, 거기엔 보직에 따른 이권이 걸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교회의 주요 보직은 막대한 수입과 연결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소망교회는 설립자인 곽선희 목사가 물러나고 2003년 김지철 목사가 담임을 맡은 뒤 신ㆍ구파 간 알력이 계속돼 편치 않았다. 두 차례 폭행 사건 외에 배임 사기 횡령 등 고소 고발도 10여건에 이른다. 이번에 입건된 두 부목사는 곽 목사 시절 비서팀에 있었다. 오랜 갈등이 곪아 터진 셈이다.
이영훈 목사 비방 사건도 결국 이권 다툼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순복음강남교회 담임인 김성광 목사는 이영훈 목사와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회가 교회를 사유화하려 한다고 비난해 왔다”며 “김 목사가 민주적 절차를 통해 당회장으로 선임된 이 목사를 흔들고 교회를 혼란시킨 뒤 자신이 교권을 장악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김 목사는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설립한 조용기 목사의 처남이다.
연초부터 교회 안팎을 시끄럽게 만든 이 두 사건을 보는 눈길은 싸늘하다. 인터넷에 와글와글한 여론과 트위터 사용자들이 날린 촌평은 안타까움보다 조롱과 비판이 더 많다. “믿음 소망 사랑, 그 중에 제일은 주먹이니라” “교회와 신자는 목사 상대하지 말고 예수와 직거래하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한국 교회가 대형화와 치부에 몰두하고 잦은 비리로 비난을 받은 지는 한참 됐다. 신앙 깊은 교인들은 교회가 더 이상 예수를 욕 보이지 말고 참된 신앙 공동체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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