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기(克己). 자기 자신을 이겨야 한다는 뜻입니다. 모든 성공신화에는 이 같은 극기 DNA가 감초처럼 따라붙습니다. 스포츠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챔피언들이 기자회견 할 때 단골로 쓰는 말이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라는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스포츠의 최종승자는 '누가 더 멘탈(mentalㆍ정신력)이 강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테니스 전문가들은 상위 랭커 10명은 언제든 4대 그랜드슬램대회(호주, 프랑스, 윔블던, US오픈)에서 우승 할 수 있는 기량을 갖췄다고 평합니다. 하지만 자기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자만이 오래도록 정상의 자리를 유지한다고 말합니다. 멘탈이 약한 선수가 '우연히' 우승컵을 따낼 수는 있지만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는 이야기 입니다. 이들은 자신에게 집중되는 감당 할 수 없는 카메라 세례와 대중들의 관심에 스스로 무너져, 다음 대회를 망치기도 합니다.
이에 반해 로저 페더러와 라파엘 나달은 우승을 밥 먹듯이 하면서도 자신의 페이스를 잘 유지합니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이들의 머리속엔 승리 DNA가 각인돼 있습니다. 이들에겐 이기는 것이 일상이고 지는 게 비정상적인 상황입니다.
"내가 좋은 샷을 할 수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언제나 루틴(routine)을 따르기 때문이다. 나의 루틴은 결코 변하지 않는 나만의 유일한 것이다. 그것은 최상의 샷을 할 준비가 된 상태에서 매 순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한 말입니다. 함축적으로 자신의 골프비결을 나타낸 말이라고 여겨집니다. 우리는 흔히 지루하고 반복되는 틀에 박힌 일상을 '루틴하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즈는 이를 달리 받아들인 것입니다. 규칙적인 훈련을 통해 심리적 불안감을 극복해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입니다.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안타 기록을 갖고 있는 이치로도 매번 타석에 들어설 때 방망이로 상대투수를 겨누는 듯한 독특한 동작으로 호흡을 조절합니다. 이 또한 그만의 독특한 타격루틴이 아닐까요. 따라서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을 바탕으로 루틴하게 훈련하는 것이 챔피언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형택 테니스 아카데미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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