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공격하거나 비판해서는 안 되며 우리 스스로 희망과 꿈을 결집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2일 미국 하원의원 피격사건의 발생지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열린 희생자 추모식에 참석해 "위기 속에서 서로를 비난하지 말고, 상대방에 귀를 더 기울여 화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부인 미셸 여사와 함께 참석해 희생자 6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론하면서 "그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마음은 찢어지지만 생존자 13명을 생각하면 우리의 마음은 희망으로 가득 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담론이 극도로 양극화해 있고, 너무나 쉽게 상대방을 비난하는 시대에서 잠시 멈춰 서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방식이 아닌 서로를 치유하는 방식으로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이번 총격으로 생을 마감한 9세 소녀 크리스티나 그린 양을 애도하면서 "우리의 민주주의와 우리 미국이 그린 양이 상상했던 것처럼 되도록, 그리고 그린 양의 기대에 부끄럽지 않도록 살고 싶다"며 "우리 아이들이 기대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남은) 우리 모두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이 앞서 "연설문은 대통령으로서, 또 한 가족의 아버지의 입장에서 작성될 것"이라고 밝힌 그대로였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범인을 제압하고 탄창을 빼앗아 사태가 악화하는 것을 막은 시민들의 이름을 열거하며 "영웅은 전쟁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다"며 사의를 표했다.
추모식 참석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투손에 도착하자마자 머리에 총상을 입고 중태에 빠진 가브리엘 기퍼즈 연방 하원의원과 다른 부상자들을 문병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서 "기퍼즈 의원이 부상 이후 처음으로 눈을 떴다"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치료를 맡고 있는 애리조나대 한국계 피터 리 박사는 로이터에 "기퍼즈 의원은 매일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미 하원은 이번 사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눈물을 흘리며 "여야가 차별 없이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모두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합을 강조한 것이 무색하게도 총기규제 강화와 관련, 여야가 또 다시 대립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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