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금리결정이 또다시 '즉흥성'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시장의 금리 예측성을 높이기 위해 중앙은행은 금리결정 한 두 달 전부터 시장에 '시그널'을 주는 게 정상. 하지만 13일 금통위의 금리인상은 지난 달 금통위에서 아무런 인상신호가 없었다는 점에서, 논란을 낳고 있다. 시장에선 "작년엔 깜빡이를 켠 채 직진하더니 이번엔 깜빡이도 켜지 않은 채 우회전을 해버렸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고, 금통우의 신뢰성은 또 한번 금이 가게 됐다.
사실 지난 달 금통위가 금리 동결 후 내놓았던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은 물가상승압력에 대한 우려가 있긴 했지만, 큰 의미를 둘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전달인 11월에 내비쳤던 '금리인상 속도조절론'에 더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금리인상 시기는 3~4월 쯤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시장의 공감대였다.
금통위의 입장에 변화가 감지된 것은 지난 6일 내놓은 올해 통화신용정책 운용방향 의결문. "기준금리는 물가안정 기조를 확고히 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며 물가안정에 진한 방점을 찍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한 직후였다. 이 때부터 1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일부 흘러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12월에 시그널이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1월에는 신호만 주고 2월에 인상할 것"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작년 7월 기준금리를 올린 뒤에는 추가 금리인상 시그널을 시장에 여러 차례 보내고도 동결 행진을 이어가면서, 금통위는 그러지 않아도 "깜박이를 켜고 직진만 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터. 이번에는 반대로 충분한 시그널이 없이 금리를 인상한 셈이 됐다.
결국 이번 금리인상에는 경제적 판단 외에 정치적 고려가 상당 부분 반영됐을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은 "적어도 물가, 경기 등 거시경제환경만 보면 시그널과 행동이 정반대로 움직일 정도의 상황 변화는 없었다"며 "한은이 정부와 정책 공조를 중시한다는 것의 방증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부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보니, 소신껏 시장이 예측할 수 있는 통화정책을 펴나가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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