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은 한국 바둑, 아니 세계 바둑사에 한 획을 그은 기념비적인 한 해였다.
바둑이 사상 처음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수 천 년간 예도나 오락 또는 게임으로서의 가치만 지니던 바둑이 확실하게 스포츠로 방향 전환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대한체육회 정가맹 단체인 사단법인 대한바둑협회의 활동도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스포츠 영역으로 확장이 두드러졌다. 우선 협회 사무실을 다른 체육 단체들처럼 올림픽컨벤션센터로 옮겼고 2011년에는 전국체전과 소년체전에 정식 종목으로 들어가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새해 벽두 대한바둑협회 조건호 회장(67)을 만나 올해 주요 사업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_지난해는 바둑팬 모두가 가슴 뿌듯한 한 해였습니다. 조회장께서도 무척 바쁘셨죠.
“그랬죠. 아무래도 아시안게임이 있었으니까. 저도 당시 현장에 있었지만 바둑인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기뻤고 큰 보람을 느꼈어요. 사상 첫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싹쓸이했으니 말입니다.”
_그러나 곧 이어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바둑이 제외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어떻게 된겁니까.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와 협의를 거쳐 지난 해 12월 초 발표한 2014년 대회 36개 경기 종목 명단에서 바둑이 빠진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희는 이것으로 상황이 완전히 종료됐다고 보지 않습니다.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바둑은 개막 2년 전에야 정식 종목으로 확정됐습니다. 인천대회서도 개최국의 의지가 확고하다면 추가 종목 채택이 가능하리라 믿습니다. 저희는 이를 위해 그동안 여러 가지로 꾸준히 물밑 작업을 펼쳐 왔고 앞으로도 마지막 순간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고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다행히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대한체육회서도 상당히 호의적입니다.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바둑인들의 염원이 하나로 뭉쳐진다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_2011년의 중점 사업은 무엇입니까.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앞서 말씀 드린 인천아시안게임 정식 종목 채택이고 둘째는 내셔널 바둑리그 창설, 셋째는 대한바둑협회 16개 시도지부의 대한체육회 정가맹 가입입니다. 내셔널 바둑리그는 이름 그대로 지역에 기반을 둔 전국적인 규모의 바둑 리그입니다. 16개 시도에 한두 개씩 실업 팀을 창설, 프로야구나 축구처럼 연중 경기를 치르게 함으로써 바둑 붐을 일으키고 연구생 출신 아마추어와 시니어 아마추어들이 선수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겠습니다. 광역시나 도 뿐 아니라 일선 시군에서도 적극적인 팀 창단 의지를 보이고 있어 상반기까지 조직 구성을 마친 뒤, 8~9월께 최소 8개팀 이상으로 구성된 내셔널 리그가 본격 출범할 예정입니다. 바둑이 현재 전국체전 전시 종목에서 정식 종목으로 승격하는 것도 매우 시급한 과제입니다. 이를 위해선 먼저 대한바둑협회 16개 시도 지부 가운데 8개 이상이 대한체육회 시도 지부 정가맹 단체가 되야 합니다. 작년 말까지 경기 부산 인천 제주가 해당 체육회 정가맹 단체가 됐는데 올해 안에 4개 이상 지부가 더 가입해서 정식 종목 승격 요건을 갖추겠습니다.”
_전국체전 정식 종목 채택을 서두르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바둑이 전국체전에 정식 종목으로 들어가면 당연히 소년체전에도 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면 자연히 다른 종목들처럼 각 시도 초중고교에 바둑부가 생기고 대학이나 실업팀도 창단될 것입니다. 이는 곧 사설 학원 중심이었던 바둑이 드디어 공교육의 한 분야로 편입된다는 걸 의미하지요. 바둑이 또 한 번 크게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각급 학교에 바둑부가 생기고 실업팀이 창설되면 선수가 있어야 하고 지도자도 많이 필요해질 것이므로 바둑계 종사자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입니다.”
_작년 한때 대한바둑협회와 한국기원 간에 통합 논의가 뜨거웠습니다. 이제는 완전히 무산된 것입니까.
“각자의 입장 차이가 있으니까 통합 논의가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개인적으로는 통합이 원칙이지만 과거와 같이 바둑 행정이 프로 위주로 돼서는 안 된다는 게 제 소신입니다. 또 두 단체가 굳이 통합을 해야 하느냐, 다른 스포츠 종목들처럼 프로와 아마추어가 서로 경쟁도 하고 협력도 하면서 발전해 나가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다시 통합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_끝으로 바둑팬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
“최근 바둑 인구가 감소해 바둑이 위기를 맞았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그럴수록 바둑인들이 더 힘을 내야 한다고 봅니다. 앞서 올해 중점 사업을 말씀드렸지만 그 밖의 중장기 과제로 바둑 전용 경기장 건립, 스포츠토토 참여 등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지만 꾸준히 관심을 기울인다면 못 이룰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스포츠토토의 경우 현재 5개 종목에서 시행 중인데 사실 바둑만큼 스포츠토토에 어울리는 종목도 없지 않습니까. 경기 단체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재원 확보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바둑 팬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 드립니다.”
박영철객원기자 indra036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