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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자본주의, 그들만의 파라다이스' 신자유주의가 만든 전세계 1% 부자들 그들만의 지상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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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자본주의, 그들만의 파라다이스' 신자유주의가 만든 전세계 1% 부자들 그들만의 지상낙원

입력
2011.01.1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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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데이비스 외 지음ㆍ유강은 옮김/ 아카이브 발행ㆍ560쪽ㆍ2만5,000원

CNN을 창립한 테드 터너는 미국에서 가장 넓은 땅을 소유한 지주다. 몬태나주와 뉴멕시코주에 있는, 제주의 4배나 되는 넓이의 거대한 소유지에서는 들소 4만마리가 엘크 노새 사슴들과 함께 어슬렁거린다.

스스로 환경주의자라고 자임하는 터너는 뉴멕시코 목장에 있는 엘크를 보호하면서도 매년 엘크 사냥을 주관한다. 여기에 참가하려면 1주일에 사냥 비용으로 1만3,000달러를 내야 한다. 터너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들소를 소유하고 있지만 세계 최대의 들소고기 버거 납품업자이기도 하다. 몬태나의 목장은 요즘 미국 부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부동산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부자와 빈자 간의 불평등을 지구촌 규모로 엄청나게 확산시켰다. 미국 어바인캘리포니아대 교수로 도시연구가인 마이크 데이비스 등이 쓴 <자본주의, 그들만의 파라다이스> 는 신자유주의로 더욱 부유해진 세계 상위 1% 초부유층의 생활 공간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일본 도쿄(東京) 중심가에 있는 55층 건물 모리타워 맨 위층에는 부동산 재벌 모리 미노루가 설립한 모리미술관이 있다. 세계에서 제일 비싼 도시의 노른자위 땅에 있지만 이곳에는 영구 소장품이 없어 많은 시간 미술이나 문화전시를 하지 않은 채 비워 놓는다. 전시품이 아니라 360도 회전하며 도쿄 전역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이 미술관의 본질을 드러낸다. 부자들이 소유한 개인 미술관은 이처럼 소장품보다는 공간과 위치가 우선시된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는 세계화 이후를 보여 주는 도시의 전형이다. 1990년대 초 돈세탁의 중심지로 악명 높았던 이곳은 현재는 수많은 마천루와 호화로운 개인 소유의 섬이 부자들의 은신처 역할을 계속한다. 두바이의 25개 쇼핑몰이 후원하는 쇼핑페스티벌에는 중동과 남아시아 등에서 수백만 명의 부자들이 쇼핑을 위해 찾아오지만 저임금의 건설노동자들이 감수해야 하는 노동권 침해는 옛 식민종주국 영국의 인도 지배를 연상케 한다.

이란의 특별경제구역 아르그에자디드, 미국 캘리포니아를 흉내 낸 홍콩 팜스프링스, 빈부 간 불평등이 가장 심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 미국 교외를 모방한 폐쇄주택으로 사회가 분리된 니카라과의 마나과 등을 다룬 19편의 글들이 악의 낙원을 묘사한다. 각 도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도시계획가 건축가 역사학자 언론인 작가 등이 썼다.

여러 도시들을 일별해 보면 신자유주의의 공간 논리가 식민지시대의 극단적 주거 차별과 소비구역 분리 패턴을 부활시키고 있으며, 부자들은 대저택과 휴양도시, 캘리포니아 교외를 복제한 폐쇄형 주택단지로 몰려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글을 엮은 마이크 데이비스의 말대로 억만장자와 인기 스타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과장된 보도가 넘쳐나는 탓에 신자유주의가 만들어 낸 엄청난 빈부 격차에 놀라는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은 자유시장이 아니라 공공자산의 사유화, 공공고용의 외주, 금융시장의 규제완화 등을 하는 국가권력이며, 신자유주의의 주된 성과는 창조보다는 재분배에 가깝다는 지적은 새겨둘 만하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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