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기가 새 앨범 '왜'를 들고 돌아왔다. 4집 '미로틱' 이후 2년 3개월만이다. 무협의 기운을 풍기는 이름은 그대로지만, 모양새는 다섯 멤버가 무대를 꽉 채우던 '그룹'에서 단출한 '듀오'로 바뀌었다.
11일 오전 서울 압구정동의 SM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새 앨범 발매 후 첫 기자회견이 열렸다. 검은 슈트를 단정히 차려입고 들어선 정윤호(25ㆍ유노윤호)는 "그 동안 키가 조금 큰 것 같다"며 웃었다. 리더답게 가벼운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우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5일 발매된 새 앨범은 단숨에 음반판매량 주간 1위에 오르며 동방신기의 건재를 알렸다. 심창민(23ㆍ최강창민)은 "5명이 했을 때는 코러스 부분에 중점을 뒀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각자의 보컬을 살리려 했다"고 말했다. 정윤호는 "각자의 개성을 살리면서 동시에 융화하는 작업에 집중했다"는 부연설명에 이어 "무대의 빈 공간을 채우려고 댄서를 보강하고 춤을 처음부터 파워풀하게 꾸몄다"고 했다.
새 앨범으로 시작한 화제는 자연스레 "힘들고 (무대가) 그리웠다"던 지난 2년의 이야기로 흘렀다. 5년여 한솥밥을 먹었던 김재중(25ㆍ영웅재중) 박유천(25ㆍ믹키유천) 김준수(24ㆍ시아준수)가 2009년 8월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팀이 사실상 해체된 뒤에도 이들은 "동료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며 안타까워했다. 팀의 리더였던 정윤호는 "생각이 많아질 때면 마스크를 쓰고 지하철 노션표대로 무작정 걷거나 산에 올랐다"면서 "10년, 20년 후에는 지금 이 시기가 (우리가) 성장하기 위한 중요한 시기였다고 생각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셋의 이름 첫 글자 이니셜을 딴 그룹 JYJ를 결성하고 이들보다 앞서 활동을 재개한 옛 멤버들에 대한 서운함도 내비쳤다. 팀의 막내였던 심창민은 "어쨌든 가수 활동을 해온 사람들이니까 하겠구나, 생각했지만 막상 (JYJ가) 나온다는 말을 듣고 역시나, 싶었다"고 했다. 그는 둘만 남은 동방신기의 '정통성'에 대해서도 작심한 듯 말을 쏟아냈다. "동방신기는 SM의 기획력 안에서 탄생했고 SM 안에서만 존재할 수 있습니다. 팬들도 SM에서 다섯 명으로 만든 팀을 좋아해준 것이죠. 우리는 이런 틀 안에서 벗어난 적이 없고 지금까지 그걸 지켜오고 있습니다." 깍지 낀 두 손에서 단호함이 묻어났다.
하지만 이들은 항간에 떠도는 JYJ와의 갈등설에 대해선 조심스러워했다. JYJ가 지난해 10월 낸 첫 앨범 '더 비기닝'은 해외에서 50만장의 선주문이 들어왔고, 이들이 부른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OST도 국내에 10만장 넘게 팔렸다. 하지만 JYJ는 지상파TV 음악 프로그램이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얼굴을 볼 수 없다. 이를 두고 SM을 비롯한 대형 기획사들이 소속된 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회가 지난해 방송사들에 보낸 JYJ의 활동규제 요청 공문이 힘을 발휘한 것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이런 연유로 JYJ가 국내 방송과 일본 진출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정윤호는 "우리도 말을 안하고 있을 뿐 예전 동방신기처럼 (방송이나 일본 진출 길이) 다 뚫려있는 게 아니다"면서 "그저 하나씩 풀어가면서 (팬들에게)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앨범의 부제이자 수록곡 'Keep Your Head Down'이 JYJ를 겨냥한 디스곡(한 사람이나 단체를 비방하는 노래)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제목은 '남의 관심을 끄는 행동을 피하라'라는 뜻으로, '날 그렇게 쉽게 떠났니. 내가 쉬워 보였던 거니', '넌 다시 돌아갈 수 없단다. 니가 없다면 난 무너질 거라 믿겠지. 예전부터 넌 그건 착각이라고 내가 널 타일렀잖아' 등의 가사를 담고 있다. 정윤호는 "여자를 떠나 보낸 남자의 슬픈 마음을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며 "원래 노래는 듣다 보면 그게 자신의 얘기로 들리는 것처럼 최근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다 보니 오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드라마 '포세이돈'(정윤호) '파라다이스목장'(심창민)에도 출연하는 이들은 "올해는 국내 위주로 활동할 계획"이라며 "왜 동방신기는 동방신기인지 사람들에게 확실히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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