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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만 믿었다 낭패" 원망… "마감 안됐죠" 등록창구 북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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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만 믿었다 낭패" 원망… "마감 안됐죠" 등록창구 북새통

입력
2011.01.1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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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정책 실패 '재수 열풍'] 유명 입시학원 문전성시"올 수리 미적분 추가로 재수 급감" 전망 빗나가"2월前 특수는 처음" 선행반 작년比 최고 200%↑

"아직 마감은 안된 거 맞죠. 우리 애 논술 시험도 남아있는데, 빨리 (문의)하고 가서 챙겨줘야 해서."

10일 오전 서울 종로의 한 유명 입시학원. 지난 11월 수능을 치른 자녀를 둔 A(49)씨가 학원 등록창구 앞에 섰다. 재수생을 위한 종합반 등록이 한창이었다. 창구에 고개를 들이민 A씨는 강사진, 수강료, 지원자격 등부터 '지금까지 등록한 학생 숫자는 많은지'까지 꼼꼼히 따져 물었다. 유명강사진에 수강료는 월 70여만원, 수능성적표를 내야하고, 접수 등록비는 1만원, '올해 유독 학생들이 등록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학원 광고지를 가방에 챙겨 넣고 건물을 둘러본 A씨는 "딸에게 물어보고 인터넷으로 접수하겠다"며 종종 걸음을 재촉했다.

요즘 입시학원은 연일 재수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대학 정시 합격자 발표를 1개월 남짓 남겨둔 시점이지만 학생들은 아랑곳없다. 학원 직원이 "요즘 인터넷 접수가 많아 직접 찾아오는 경우는 줄었다"고 말했지만, 학부모와 학생들의 발길로 분주해진 학원 1층 로비에는 안내만 전담하는 아르바이트생도 등장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같은 학원의 한 강의실에서는 30~40명의 학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12월 개강한 선행학습반 수강생들이다. 학원에서 나온 B(19)군은 "언어영역을 턱없이 못 봐서 원하는 대학에는 아예 지망조차 해보지 못했고, 미리 학원에서 재수선행학습을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B군은 "사립대 한군데에 하향지원 해뒀는데, 우선 올해는 붙더라도 등록만 하고 재수에 '올인'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학생은 "수시모집에 지원하려고 내신, 논술, 면접에 공들였는데 실패하고, EBS만 믿고 준비한 수능은 망쳐버렸다"며 "올해 수능에 새로 포함되는 수학 미적분과 통계 등을 완전히 새로 배워야 하지만 이번 점수로는 도저히 원하는 학교에 원서를 낼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12월부터 재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삭풍을 피해 삼삼오오 얘기를 나누거나, 골목길 분식집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학생들 사이에서 "수능이 또 300일밖에 안 남았다"는 말이 새나왔다. B군 역시 초초한 듯 김밥 한 줄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종로 강남 송파 일대의 모든 대형 입시학원들은 이미 B군처럼 선행반에 등록한 학생들로 북새통이다. 지난해에 비해 적게는 150%, 많게는 200%의 선행반 수강생을 모집한 학원이 즐비하다. 2~3월 재수생 특수를 누리기도 전에 '대박을 터뜨린'셈이다. 서초구 소재 C학원 관계자는 "2월도 되기 전에 이렇게 빨리 재수생이 몰려 온 것은 처음"이라며 "학원에 등록하려면 2011학년도 수능성적이 일정기준을 충족해야 하고 성적표도 제출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재수희망자는 더 많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 입시 관계자는 "인구 자연증가분이 재수생 수를 늘리는 측면도 있지만, 재학생이 EBS만 믿고 있을 때 수능시험이 기대에 반해 출제되면, 수능에서 재수생 강세는 불 보듯 뻔한 일이고, 고3은 자연스레 재수로 몰리게 된다"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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