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간부 41명 "유씨 접촉"
문어발식 로비를 벌인 것으로 알려진 '함바집 브로커' 유상봉(65ㆍ구속기소)씨의 경찰 인맥규모와 구체적인 로비행태가 드러났다. 12일 유씨와 접촉한 적이 있다고 밝힌 총경급 이상 간부는 모두 41명. 전체 고위간부의 10%에 육박하는 수치다. 41명 가운데 대부분이 사실상 압력이나 다름없는 강희락 전 경찰청장의 부탁을 받아 유씨를 만났고 6명은 김병철 울산청장,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 박기륜 전 경기청 2차장 등으로부터 유씨를 만나보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조현오 경찰청장은 총경 이상 간부 전원에게 유씨와 접촉 유무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집계한 결과 금품(2명)을 받는 등 불법성이 의심되는 간부들은 5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유씨의 청탁은 죄다 거절했다고 밝혀 자백의 신뢰성에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 통이 크게 금품로비를 한 것으로 알려진 유씨의 스타일과 달리 실제 금품을 받았다는 경찰고위간부의 수나 금품 액수가 워낙 미미하기 때문이다. 조 청장도 미심쩍은 지 "불법행위를 했는데도 이번에 자진신고 하지 않은 경찰관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여지를 남기는 모습이다.
경찰에 따르면 A 총경은 수도권의 일선 서장을 맡고 있던 2009년 유씨로부터 사과 상자만한 소포를 택배로 받았다. 포장을 벗기고 스티로폼 박스를 열자 암모니아 냄새가 코를 찔렀다. 잘 삭힌 홍어였다. 다시 반송하기도 여의치 않았던 A 총경은 홍어를 직원들과 나눠 먹었다. 그는 "홍어를 받은 것은 부적절하지만 건설현장 사무소장을 만나게 해달라는 유씨의 부탁은 거절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청에 근무하는 B 총경은 서울의 일선 서장이던 2009년 강희락 전 청장의 부탁으로 집무실에서 유씨를 만났다. 유씨는 건설현장에서 함바집을 하려고 하니 건설사 관계자를 만나게 해달라며 200만원을 책상에 던져놓고 도망갔고, B 총경은 쫓아가 돈을 돌려줬다. 그는 "이후 유씨가 전화를 걸기도 했지만 일체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유씨와 저녁식사를 하면서 이권 관련 청탁을 받았으나 거절한 사례, 건설현장 소장과의 면담을 주선했지만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는데도 포도주를 받은 사례, 주선을 거절했는데도 택배로 물품을 보내와 개봉하지 않고 반송한 사례 등이 접수됐다.
경찰은 자진신고 내용에 대해 사실 확인절차를 거쳐 징계 여부를 가릴 방침이다. 조 청장은 "첩보수집 등 자체 조사를 진행, 연루사실이 드러나면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엄정하게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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