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장실 찾아 "흔들림없이 일하라" 참모진 재신임
이명박 대통령은 12일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사퇴에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한편 문책론 제기로 어려움에 처한 청와대 참모진들을 재신임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구내식당에서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수석비서관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한 뒤 예고도 없이 임 실장 사무실을 찾았다. 이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정 후보자의 사퇴 회견문을 읽어보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고 홍상표 홍보수석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청와대 참모진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 과정에서 임 실장 등 참모들은 초유의 당청 갈등이 발생하고, 여당 일부에서 참모진 퇴진 요구가 나온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우회적으로 사의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 대통령은 참모진들에게 흔들리지 말고 열심히 일하라는 메시지를 준 것으로 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참모진 퇴진 요구가 나오는 가운데 참모들과 식사를 함께 하고, 대통령실장의 집무실을 찾은 모양새 자체가 재신임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홍 수석은 참모진 퇴진 요구가 한나라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점 등을 감안해 이날 이 대통령의 동선을 밝히면서도 이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이날 김황식 국무총리, 맹형규 행정안전부장관 등 관계 부처 장관 등이 참석하는 구제역 긴급대책회의를 소집했다. 정 후보자 사퇴 파문을 정리한 만큼 빈틈없이 국정을 챙긴다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것 같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 후보자의 사퇴를 수용하는 선에서 당청 갈등 파문을 매듭짓고, 국정을 챙기는 정공법으로 이번 사태를 헤쳐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당청 갈등의 뿌리가 내재돼 있는 상황에서 이날 참모진 재신임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겉으로 드러나는 갈등은 당분간 수그러들겠지만 갈등의 씨앗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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