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배아줄기세포로 인공혈액을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차병원그룹의 생명공학기업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이 미국에 세운 자회사 스템 인터내셔널은 12일 "불임치료 후 남은 냉동 수정란에서 추출한 배아줄기세포로 혈소판을 생산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국제학술지 '셀 리서치'에 게재 승인을 받은 이 연구논문(본보 2010년 12월 23일자 A29면 참조)은 11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스템 인터내셔널 연구팀은 배아줄기세포가 혈소판의 전 단계인 대핵세포로 분화된 다음 점점 자라 세포 내부를 채우고 있는 세포질의 일부가 떨어져 나와 혈소판이 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책임자인 시 지앙 루 디렉터는 "이렇게 만들어진 혈소판이 보통 혈액에 들어 있는 혈소판과 같은 기능을 한다는 사실도 생쥐실험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앞서 2008년 배아줄기세포로 적혈구를 생산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적혈구와 혈소판은 수혈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세포다. 정형민 차바이오앤디오스텍 대표는 "현재 배아줄기세포로 적혈구와 혈소판을 둘 다 만들 수 있는 나라는 한국 뿐"이라며 "인공적혈구와 인공혈소판을 대량생산해 수년 내 인공혈액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공 적혈구는 혈액형을 바꿀 수 있어 O형에 Rh음성(또는 양성)으로 만들면 누구에게나 수혈이 가능하고, 혈소판은 혈액형이 뚜렷하지 않아 수혈에 문제 없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혈액은 세계적으로 매년 4만5,000~ 9만 리터 부족하다. 연간 세계 혈액시장 규모는 49억 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특히 수명이 짧은 혈소판은 장기간 보관이 어려워 대체혈액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돼왔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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