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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면 한 장면 장인정신"… '시크릿 가든' 이유 있는 성공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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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면 한 장면 장인정신"… '시크릿 가든' 이유 있는 성공비결

입력
2011.01.12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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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주말드라마 ‘시크릿 가든’이 일으킨 ‘폐인 신드롬’이 16일 종영을 앞두고 더 뜨겁다. 지난주 시청률 30%를 넘어섰고, 각양각색의 결말을 예측하는 글들이 인터넷 게시판을 달군다. 이른바 ‘까도남’(까칠하고 도도한 남자) 그 자체인 현빈의 매력에 빠진 여성들은 “현빈이 일주일 내내 따라다니는 것 같다”고 호소한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멤버인 유재석 정형돈에게 드라마 주인공들 이름을 따 ‘뚝주원’, ‘돈라임’이란 별칭을 붙이는 등 네티즌들의 패러디도 줄을 잇는다. 백화점 사장이란 옷을 입은 백마 탄 왕자와 씩씩한 성격 외에는 가진 게 없는 스턴트우먼의 사랑이라는 뻔한 소재에다 통속으로 흐를 요소가 다분했던 ‘시크릿 가든’은 어떻게 신드롬을 일으켰을까. 드라마의 성공 비결을 짚어봤다.

끝까지 도도하게 나간다

‘길라임(하지원)이 일찍이 죽었다’는 유령설을 비롯해 ‘모든 게 김주원(현빈)의 꿈이었다’, ‘윤슬(김사랑)의 뮤직비디오다’ 등 결말을 추측하는 네티즌들의 상상력은 거의 작가 수준이다. 작가에게 “주인공들을 제발 죽이지만 말아달라”고 읍소하며 해피엔딩을 주문하기도 한다.

시청자들을 휘어잡은 드라마의 힘은 단 2회분만을 남긴 시점까지도 결말을 결코 예측할 수 없게 하는 반전의 연속에서 나온다. 오스카(윤상현)와 윤슬까지 낀 4각관계로 애정라인이 혼선을 빚고, 라임과 주원의 몸이 바뀌고, 라임이 촬영 중 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가 멀쩡한 모습으로 깨어나는 등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이런 ‘불친절함’이 오히려 강한 궁금증을 일으키며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끌어 당긴 것이다. 제작사인 화앤담픽처스는 “종영 전날까지 촬영을 한다”면서 “마지막까지 대사를 손볼 것”이라는 작가의 말을 전했다.

뭘 해도 다 되는 작가의 힘

부자에다 똑똑하고 얼굴도 잘생긴, 갖출 것 다 갖춘 주인공 주원처럼 김은숙 작가는 극 전개와 장면 구성, 대사 등 모든 면에서 역량을 발휘한다. 계층 차이로 번번이 가로막히는 안타까운 연인의 관계를 무겁지 않고 쿨하게 그린 것도 성공의 요인. 주원은 라임에게 줄기차게 구애하면서도 계층 차이 때문에 결혼은 할 수 없다고 선을 긋는다. “사랑을 위해 다 버리겠다”는 기존의 재벌 캐릭터들과 달리 로맨틱 장르에서 보기 드물게 현실적인 캐릭터다. 판타지 안에서도 진정성을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깊숙이 캐릭터를 연구하고 소화했기 때문이다.

작가의 손끝에서 나온 명대사들은 유행어가 됐다. 주원의 트레이닝복 차림은 금세 트레이닝 유행을 낳았고, 주원의 집 서가에 꽂혀있던 시집 등은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드라마에선 무리로 여겨지던 영혼 바뀜 같은 판타지도 설득력 있게 구현했다. 의식불명이던 라임이 깨어나는 계기가 되는 등 극의 흐름상 꼭 필요했고 재벌과 서민, 남과 여의 입장을 돌아볼 수 있게 했다.

잘 짜인 협주가 단점도 가려

윗몸 일으키기 키스, 주원이 라임을 살리기 위해 차를 몰고 비구름이 잔뜩 낀 곳으로 향하는 장면 등 네티즌들이 꼽은 명장면도 수두룩하다. 특히 동화적 상상력이 물씬한 비구름 장면은 다소 억지스럽게 보일 수 있었으나 서정적 표현으로 감쌌다. ‘파리의 연인’부터 ‘온에어’ ‘시티홀’까지 김 작가와 호흡을 맞춰온 신우철 PD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감정선을 극대화시킨 백지영의 ‘그남자’ ‘그여자’ 등 OST도 사랑을 받았는데, 자칫 뮤직비디오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과도하게 삽입됐다. 그러나 드라마 기획 단계부터 OST 작업을 함께 해 상황에 딱 맞는 곡이 나온 덕에 비판을 피할 수 있었다.

제 역할을 200% 소화한 하지원과 현빈은 물론 주원 어머니 문분홍 여사 역의 박준금, 박상무 역의 이병준, 김비서 김성오 등 감칠맛 나는 조연들의 연기도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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