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김해공항에서 거가대교(부산 가덕도와 경남 거제시를 잇는 다리)를 타고 달린지 1시간여,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가 위용을 드러냈다. 대형 컨테이너선과 자동차 운반선, 드릴십 등이 조선소를 빽빽하게 채우고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띈 건조물이 있었다. 바로 대우조선이 완성한 세계 최대 규모의 부유식 원유 생산ㆍ저장ㆍ하역 설비(FPSO)'파즈플로'(Pazflor)였다.
FPSO는 말 그대로 바닷속 유정(油井)에서 원유를 생산하고 저장할 수 있는 시설. 통상 대당 가격이 1조원을 넘기 때문에 조선업계에서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생산품이다. 이 FPSO의 정점에 있는 제품이 바로 대우조선이 3년 만에 완성한 파즈플로다.
가까이에서 본 파즈플로는 한 눈에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이 설비는 길이 325㎙, 폭 61㎙, 높이 32㎙, 무게 12만톤이며 건조 비용이 2조6,000억원에 이른다. 하루 최대 22만 배럴의 원유와 440만㎥의 천연가스를 생산할 수 있고, 우리나라 일일 석유 사용량과 맞먹는 190만 배럴의 원유를 저장할 수 있다. 배럴당 90달러로 환산할 경우 하루 223억원의 원유를 생산하는 셈이다. 제작에 투입된 케이블 길이는 서울-부산 거리의 4배인 2,250㎞, 총 도장 면적은 축구장 107개에 해당하는 88만4,055㎡다.
대우조선 임직원들과 발주사인 프랑스 석유 메이저 토탈사 관계자들, 이 설비가 설치될 장소인 앙골라의 고위 관계자들이 자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명명식이 진행됐고, 곧 이어 파즈플로에 탑승해 볼 기회를 얻게 됐다. 공사용 외부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 건물 높이의 FPSO에 올라가니 아래가 아득히 내려다 보였다. 내부는 각종 파이프라인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먼저 거제시 전체를 밝히고도 남을 23㎿짜리 발전기 5개가 눈에 들어왔다. 유정에 바닷물을 넣어 압력을 가해 원유를 뽑아내는 펌프와 바닷물 정제 시설 등이 줄줄이 뒤를 이었다. 파즈플로는 4개 가장자리에 모두 16개의 닻을 갖추고 있어 풍속 50㎙ 속도의 바람에도 끄떡 없이 버틸 수 있다. 파즈플로는 3개월 동안 항해를 한 뒤 4월쯤 '임지'이자 이름의 연원인 아프리카 앙골라의 파즈플로 해상유전지대에 도착하게 된다.
한편 남상태 대우조선 사장은 행사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른바 '연임로비'의혹과 관련해"지난 정권에 이어 이번 정권에서도 사장을 계속하니 이상하다는 의혹에서 나온 것인데 가정 자체가 잘못됐다"며"검찰이 2년 동안 수사했지만 아무 것도 나온 것이 없다"고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지난 7일 중국 르린그룹과의 양해각서(MOU) 체결 현장에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이 모습을 보인 것과 관련해서는"행사 전날에서야 중국 측에서 김 전 회장을 초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현장에서 김 회장에게 '건강은 어떠시냐''회장님이 잘 지도해 주셔서 회사를 잘 이끌고 있다'등 일상적인 말만 했고 김 전 회장도 특별한 말이 없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의 매각 작업과 관련해서는"시장 상황이 좋아진 뒤에 매각 작업을 진행하거나, 일괄매각 뿐 아니라 분할매각, 포스코식의 민영화 등 다양한 매각 방법을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거제=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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