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점심으로 싸온 찬밥을 여자화장실 맨 구석 좁은 비품 칸에서 무릎을 세우고 먹습니다. 학생들이 옆 칸에서 용변을 보면 숨을 죽이고 김치 쪽을 소리 안 나게 씹지요." 대학 청소노동자의 고백이다. 한국의 청소노동자는 약 40만명. 임금 노동자 중 네 번째로 많다. 이 중 80%가 50대 이상 여성이다(2008년 중앙고용정보원). 절반 이상이 휴게 공간이 없어 계단 아래나 화장실, 석면이 날리는 배관실에서 식은 도시락을 먹는다. 학교 측의 집단해고에 맞서 농성 중인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이 하루 10시간 일하고 받는 임금은 월 75만원. 여기에 하루 300원씩 월 9,000원의 식대가 더해진다.
■ 12일 사퇴한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는 대검차장에서 물러난 뒤 법무법인에 취직해 월 1억원의 소득을 올렸다. 청소노동자들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꼬박 11년을 모아야 하는 액수다. 그는 재취업 소득에 따른 차감분을 제외하고 월 183만원의 퇴직연금도 챙겼다. 검찰 출신이 법무법인에 들어가 고액 급여를 받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그렇다고 월 1억원을 합당한 보수로 보긴 어렵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한 검찰 고위직 출신이라는 전관예우의 대가로 고액 급여를 받았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
■ "청소노동자는 가장 더럽고 지저분한 곳만 갑니다. 의사가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청소도 중요한데, 왜 지식으로 하는 일만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대학병원 청소노동자의 하소연이다. 쿠바의 청소노동자는 의사 교수보다 임금을 더 받는다. 노르웨이에서는 승객의 생명을 책임지는 버스 기사의 임금 수준이 높다. 어렵고 위험한 일을 더 가치 있는 노동으로 보기 때문이다. 청소는 더럽고 힘든 일이지만, 사회 유지에 필수적인 노동이다. 그런데 왜 법정 최저임금도 안 되는 임금과 근로조건에 놓여 있는 걸까.
■ 선진국은 전문직과 일반 서비스업 종사자 간 임금 차이가 크지 않지만, 우리는 공공부문의 임금이 지나치게 높고 민간의 임금 격차도 심각하다. 정부가 공공부문과 정규직 등 사회적 강자의 기득권 보호에만 치중해 온 탓이다. 특히 진입 장벽을 통해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의 이권을 철저히 보호해 왔다. 반면 고용 불안이 확산되면서 사회적 약자인 '고령 여성'의 노동은 하찮은 것으로 취급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다시 용역회사 파견직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들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혜택을 사회적 강자들이 빼앗아가는 구조를 고쳐야 왜곡된 돈의 흐름이 바로잡힌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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