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7월 백혈병에 걸린 중국인 입양딸의 골수 기증자를 찾기 위해 딸이 태어난 중국을 직접 방문, 잔잔한 감동을 전했던 미국인 셰리 크레이머씨의 딸 케이티(17)양이 애끓는 모성애에도 불구, 숨졌다.
미 캘리포니아 지역신문 세크라멘토 비(The Sacramento Bee)에 따르면 케이티는 어머니의 골수찾기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자 가족과 함께 임종을 맞기로 했고,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5일 조용히 눈을 감았다.
어머니 크레이머씨는 15년전 14개월 된 케이티를 중국에서 입양, 행복한 나날을 함께 보냈다. 케이티의 입양에 만족했던 크레이머씨는 이후 중국인 아동 2명을 더 입양했다.
2006년 케이티가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을 때만 해도 그것이 영원한 이별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케이티는 화학요법 치료를 받고 6개월 후 퇴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2007년 4월 심부전으로 재입원했고, 조금씩 불안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결국 지난 해 4월 백혈병이 재발했다.
신문은 이번 사건이 미국 내 소수 민족이 치료를 위한 골수를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했다. 미국 내 등록된 골수 가운데 아시아인들의 것은 7%밖에 되지 않아 백인에 비해 맞는 골수를 찾을 확률이 낮다는 것. 미국에서 골수를 찾지 못한 크레이머씨는 지난 해 7월 베이징, 난징 및 케이티가 태어난 광시지역을 찾아 골수 기증을 호소했다. 당시 지역 적십자의 도움으로 몇 개의 샘플을 얻기도 했으나 케이티에게 맞는 골수를 찾지는 못했다. 크레이머씨는 "케이티는 불평하거나 쉽게 좌절하지 않았고, 우리는 매일 희망을 갖고 기다렸다"고 회고했다.
계속되는 암치료로 심신이 지친 가운데 새해 첫날 크레이머씨는 담당의사로부터 더 이상 회복되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고, 케이티는 이를 받아들였다. 케이티는 병원 대신 가족과 친구, 그가 사랑했던 개와 함께 집에서 마지막 날을 보냈다. 케이티의 임종을 지켜본 크레이머씨는 "매우 아름답고, 평화로운 순간이었다. 우리는 그가 싸워온 모든 것을 알고 있었고 고통 속에 잠들지 않은 것에 대해 안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례식은 22일 새크라멘토에서 열릴 예정이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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