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부터 불운했다. 외계에서 온 초능력자라 슈퍼맨처럼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갓난아기 때 함께 지구에 도착한 메트로맨 때문에 그의 능력은 빛을 볼 수 없었다. 믿음직스럽고 선하게 생긴 메트로맨에 비해 악동 기질이 잔뜩 스민 외모부터 뒤처졌다. 결국 메트로맨의 반대편에 서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메트로맨은 라이벌이면서도 그의 존재의 이유였다. 그런데 그토록 명승부를 만들어내던 메트로맨이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다. 세상을 휘어잡게 된 천하의 악당 메가마인드는 과연 무슨 낙으로 살 수 있을까.
3D애니메이션 ‘메가마인드’는 악당이 영웅이 되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린다. 세계 최고 악당이 되기 위해 경쟁을 벌이던 또 다른 악당을 응징하는 한 악당의 영웅담을 묘사한 ‘슈퍼배드’처럼 안티 히어로가 주인공이지만 이야기의 결은 좀 다르다. 천성은 그리 나쁘지 않은 악당이 존재의 이유인 영웅을 잃었을 때 하게 되는 행동을 재치 넘치는 장면들로 전한다.
노골적인 ‘슈퍼맨’ 패러디가 흥미롭다. 외계인 초능력자가 영웅이 될 수도, 악당이 될 수도 있음을 전하는 초반부부터 슈퍼맨을 비튼다. 메트로맨의 연인이었던 방송기자가 메가마인드의 마음을 사로잡는 모습, 메트로맨이 화려한 슈퍼 히어로의 삶을 버리고 보통 인생을 택하려 하는 장면 등이 기존 영웅물의 관습을 뒤집는다. 상황 변화에 따라 악당이 영웅이 되고, 영웅과 악당이 친구가 되는 뒤죽박죽의 관계는 마치 미국 프로 레슬링을 보는 듯하다.
그리 나쁘지 않은 오락물임에도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명가인 드림웍스의 솜씨 치고는 범작이다. ‘슈렉’ 시리즈와 ‘쿵푸팬더’, ‘드래곤 길들이기’ 등에 비하면 참신함과 완성도가 떨어진다. 감독 톰 맥그라스. 13일 개봉, 전체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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