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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치의 생명은 국민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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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치의 생명은 국민 신뢰

입력
2011.01.12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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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정치권의 싸움과 권력층의 부패고리가 점입가경에 이르고 있다.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이들 관련 뉴스로 인해 축산업을 붕괴시키고 있는 구제역 소식은 신문의 언저리로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들은 정치인과 고위층이 사회와 경제를 이끌기는커녕 제발 발목을 잡지 말았으면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연초부터 이들은 가뜩이나 피폐해진 국민들의 마음에 또 하나의 상처를 내고 있다.

각 정당이 신년사를 내 놓았지만 감동도 없고 귀가 솔깃한 새로운 각오도 없다. 정치권은 국민들의 실망을 넘어선 무관심에 아랑곳하지 않고 현재의 정치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는 모양이다.

국민 마음에 상처 주는 정치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 의지를 밝혔다. 올해 선거가 없으니 개헌을 논하기에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한 것 같다. 그런데 그 동안 정치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과연 제도가 미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지 정치권에 묻고 싶다. 비록 제도에 문제가 있었다 하더라도 운영과 행태를 통해 얼마든지 보완이 가능했다. 현재 정치의 근본적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신뢰의 결여이다. 정치가 권력 투쟁이라는 구태의연한 사고에 갇혀 진심 어린 상생의 정치를 실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뢰가 매개된다면 배려와 타협이 가능하다. 신뢰가 바탕이 된다면 정치는 한 번에 끝나는 게임이 아니라 다음을 도모하는 여유와 현명함을 깨달아, 판을 깨자고 상대에게 덤비지는 않을 것이다.

요 며칠 사이 각 정당 대변인들의 논평을 보면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알 수 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 취임 100일을 맞아 덕담은커녕 그의 정치는 손학규 개인정치라고 폄하하였다. 민주당도 이에 못지않다. 민주당은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의 신년 연설을 평하면서 한나라당을 청와대의 명령에 따르는 깡통로봇이라고 비아냥거렸다. 자유선진당은 감사원장 후보자 문제를 지적하면서 청와대에 대해 '귀가 있으면 알아들어야 한다'라는 표현으로 끝을 맺었다.

서로 의견은 다르지만 듣는 상대방을 존중하는 배려를 찾아 볼 수가 없다. 자극적인 표현과 낮은 수준의 비난은 신뢰와 신중함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난을 받은 상대는 당연히 같은 수준의 표현과 비난으로 공세를 펼 것이다. 학교에서 언론 기사를 교재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학생들이 이러한 논평들을 보고도 그 정당들을 지지할 수 있을까? 정치의 격(格)이 없다.

정치권의 신뢰 부족이 가져온 현상 중 하나가 정치의 사법화이다. 정치에서 다루어야 할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법의 심판에 호소하는 것이다. 엄연히 사법의 영역과 차별적인 정치 영역이 존재하건만, 정치인들은 서로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제 3자인 법원의 판단에 따르겠다는 것이다. 정치에서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개헌을 한다 해도 결코 지금과 다른 차원의 정치가 이루어질 수는 없다.

정치의 영역 축소 고민해야

더욱 불행한 것은 정치권의 국민들에 대한 신뢰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민주화 직후부터 지역주의를 이용해 선거에서 국민을 동원하는데 성공하면서 국민을 섬김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지 않다. 그 결과가 정권마다 말기의 극심한 국정 혼란과, 정권 교체 후 지난 정권 핵심 인물의 사법처리로 나타났다. 국민을 의식하지 않는 교만한 정치가 부패, 국회 폭력, 인사 파동 등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없어지는 직업들이 많다. 사무전산화가 되면서 타자수, 전화교환원 등이 사라졌다. 필요치 않다면 당연히 사라질 것이다. 사실 한국 정치에서 신뢰 회복이라는 말은 적절치 않다. 왜냐하면 높은 신뢰를 가져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신뢰를 쌓는데 주력하지 않는다면 정치의 영역은 점차 좁아지고, 어느 날 정치인이라는 직업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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