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군에 보낸 시인 어머니가 운다. 요즘 시인의 아들은 총 대신 주사기를 들고 구제역 감염이 확인된 소를 살처분하고 있다. 독약이 든 주사기로 살아있는 소를 찌르는데 한 번에 죽지 않으면 몇 번이나 찌른다. 저녁이면 아들이 넋이 빠진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와 자꾸 소울음소리가 들린다며 운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 어머니는 아들이 환청이 자신의 귀에도 들린다며 영혼의 통점을 호소하는데, 그 눈물 앞에서 어떤 말이 위로가 될 수 있겠는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닭과 병아리 수만 마리를 살처분하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다. 대안은 생매장뿐이었다. 포클레인으로 깊은 구덩이를 파고 그 속에 살아있는 닭이며 병아리를 다 쓸어 넣었다.
그 힘없고 어린것들이 살려고 얼마나 발버둥 치던지. 그 절규의 소리도 포클레인이 흙무더기를 쏟아 넣을 때마다 잦아들었다. 그 마지막에 병아리 몇 마리 삐악삐악 힘없이 울었는데 다시 흙무더기가 쏟아지자 조용해졌다. 나는 그 침묵이 거짓말처럼 느껴져 구토를 했다. 오랫동안 병아리 울음소리가 환청처럼 따라다녔다.
전국에 살처분 가축수가 140만마리가 넘었다고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아우슈비츠다. 가축농가의 절망도 절망이지만 소와 돼지, 닭 등을 살처분하는 수의사, 공무원이나 군인들에게 위로의 기도를 올린다. 그들이 당하고 있는 고통에 함께 손잡고 고민할 때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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