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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재판 방해' 그대로 둬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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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재판 방해' 그대로 둬서야

입력
2011.01.12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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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새벽 2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이 진행된 서울중앙지법 510호 법정 앞에서 신문을 끝내고 나온 증인이 기절했다. 신문 시작에 앞서 지병이 있다고 밝혔던 이 증인은 '새벽 재판'에 힘겨워 쓰러졌고, 구급차를 부른다는 한바탕 소란이 벌어진 뒤 검찰 직원들의 부축을 받고 귀가했다.

한 전 총리에 대한 4차 공판은 11일 오전 10시에 시작해 다음날 새벽 3시에 끝난, 장장 17시간에 걸친 지루한 공방의 연속이었다. 12시간 동안 열려 화제가 됐던 3차 공판 기록을 가볍게 갈아치운 것이다.

이날 공판에선 또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검찰의 증인 신문이 진행되는 도중 방청객이 야유를 보내자, 참다 못한 검사가 일어서 울분을 터트린 것이다. 이 검사는 "방청석에 앉은 분들이 우리를'권력의 쓰레기들'이라고 비난하더라도 우리는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증인에게도 야유가 계속된다. 재판부가 결단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 재판에서 방청객의 야유는 잦았지만, 재판부는 그동안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날 처음 방청객 퇴정 조치가 나온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검찰의 항의가 없었다면 재판부 스스로 같은 조치를 내렸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판사가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밤을 새가며 재판을 여는 것은 분명 칭찬받을 일이다. 검찰과 피고인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기 위해 균형을 유지하려는 태도 역시 반드시 갖춰야 할 자질이다. 법정에서 형성된 심증만을 토대로 사안의 실체를 심판하겠다는 공판중심주의 정신에서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한 전 총리 재판은 반복된 질문과 진행절차를 두고 벌어진 검찰과 변호인의 소모적 논쟁으로 상당 시간 공전된 것이 사실이다. 재판이 지연되는 데엔 또 검찰의 별건수사에 불만을 품은 방청객들의 재판 방해도 한몫했다.

들어줄 건 확실히 들어주더라도 적당히 맺고 끊을 줄 아는 효율적인 재판 진행, 공개법정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면서도 방청객의 재판 개입은 과감히 물리치는 재판부의 강단 있는 모습이 아쉬웠다.

권지윤 사회부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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