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가치인 주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는 실적이다. 각종 테마나 외적인 호재가 겹쳐도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주가는 장기적으로 하락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13일 포스코부터 시작되는 2010년 4분기 실적발표는 2,100선을 바라보는 한국 증시의 전망을 가늠하는 주요 이벤트이다.
2010년 최고의 성적을 낸 한국 기업
2010년 국내 기업들은 '더 이상 좋을 수 없다'싶을 만큼 실적이 좋다. 12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14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낸 삼성전자를 비롯해 '순이익 1조'클럽에 등록할 상장기업은 16개로 추정된다. 이는 2009년(11개)보다 5곳이나 늘어난 수치다.
LG전자가 적자로 전환하고 현대제철의 순이익이 20% 감소하면서, 2009년 1조 클럽이던 두 회사가 탈락했으나, 하이닉스와 KT, SK에너지, 삼성생명, 기업은행 등이 새로운 회원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순이익이 3조원이던 현대차는 5조원대로 순이익 규모가 늘어날 전망이며, 포스코(3조원대→4조원대)와 현대중공업(2조원→3조원대) 등도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높은 연간 실적과 주가는 별개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는 "좋은 실적이 반드시 주가상승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실물 경기보다 6개월 가량 먼저 움직이는 증시의 속성상 대형 상장기업의 좋은 실적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분기별로 나눠 분석할 경우 지난해 4분기부터 실적이 오히려 하락 국면에 접어든 것도 대형주의 주가흐름에는 부정적이다.
실제로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시에 상장된 5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22조8,596억원을 기록한 이후 3분기(21조3,498억원)와 4분기(추정치ㆍ21조444억원) 연속 감소하고 있다. 대신증권 박세원 연구위원은 "주요 기업의 경우 4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다른 분기에 비해 낮을 것"이라며 "최근 삼성전자가 시장 예상을 하회하는 4분기 잠정 실적을 내놓은데 이어, 상장기업 전반의 4분기 실적 전망도 작년 11월초부터 하향 수정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반전 효과에 주목하라
실적과 주가의 시차에 주목하는 전문가들은 이번 시즌에는 '반전(反轉)'효과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2009년보다 지난해 실적이 크게 개선된 기업, 예컨대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한 기업의 주가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동양종금증권 조병현 연구원은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대상, SK네트웍스, 오리온, SK, 대덕GDS, 롯데제과 등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3분기에도 이익이 꾸준하게 증가한 기업의 주가 상승률(12.6%)보다 흑자 전환한 기업의 상승률(23.5%)이 훨씬 높았다"고 소개했다.
대신증권 박 연구위원도 "코스피는 올 1분기 실적 전망에, 코스닥은 작년 4분기 실적에 포커스를 맞출 것"을 주문했다. 그는 이번 실적시즌에 주가 상승이 기대되는 코스닥 종목으로 에스에프에이, 피앤텔, SK컴즈, 파워로직스, 인탑스 등을 꼽았다. 또 올해 1분기 큰 폭의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코스피 종목으로는 기아차, SK에너지, 삼성화재, S-Oil, 두산중공업 등을 추천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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