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12월 울산 울주군 두동면 천전리에서 발견된 한 각석(刻石). 학자들의 조사 결과 1,500년 전 누이를 사랑한 한 왕자의 절절한 러브스토리로 밝혀졌다.
13일 오후 10시 방송하는 KBS 1TV '역사스페셜'은 신라시대 사부지 갈문왕과 누이인 어사추여랑의 러브스토리를 통해 왕족의 근친혼과 그 이유에 대해 추적한다. 각석에는 사부지 갈문왕이 누이인 어사추여랑을 데리고 이곳에 놀러왔다고 적혀있다. 어사추여랑은 각석에서 '우매(友妹)'로 지칭이 되는데, 이 단어는 사촌 남매 정도의 가까운 친족이나 혼례를 약속한 사이의 여성들에게 쓰인 단어다.
근친혼은 오늘날에는 금기의 단어자 금단의 사랑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오누이간의 교제나 혈족간의 근친혼은 흔한 일이었다. 특히 왕실에서는 혈통을 유지하기 위해 근친혼을 장려했다. 신라 역시 왕위 세습을 위해 근친혼이 빈번했고 각석 속 사부지 갈문왕 역시 이러한 배경 속에서 결혼을 전제로 누이와의 교제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은 순탄치 않았다. 사부지 갈문왕은 지증왕의 둘째 아들이자 법흥왕의 동생으로 자신이 원하던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어사추여랑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고 지소 부인과 결혼한다.
천전리 각석에는 사부지 갈문왕과 어사추여랑의 러브스토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각석의 한 쪽에는 사부지 갈문왕의 부인인 지소 부인이 남겨놓은 글귀도 있다. 지소 부인은 오누이의 러브스토리가 새겨진 글귀를 보고 그 안에 무슨 말을 남겨놓았을까.
300여자에 불과한 천전리 각석을 통해 1,500년이란 시간을 넘어 신라시대의 사회상뿐 아니라 신라의 정치구조, 왕과 신하의 관계 변화 등을 더듬어본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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