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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의료를 달린다] 삼성서울병원 <2> 하이브리드 심혈관 조영실에서 시행하는 '경피적 대동맥판 스텐트 시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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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의료를 달린다] 삼성서울병원 <2> 하이브리드 심혈관 조영실에서 시행하는 '경피적 대동맥판 스텐트 시술'

입력
2011.01.1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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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식 때문에 40년 동안 치료를 받고 있는 김모(80)씨는 최근 숨도 쉬기 어려울 정도로 증상이 악화돼 산소호흡기를 달고 지내다가 병원을 찾았다. 그는 심장초음파검사에서 중증 대동맥판 협착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즉시 수술해야 했지만 뇌졸중과 천식을 앓는 김씨의 몸 상태로는 위험부담이 커서 선뜻 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는 고심 끝에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 심장수술과 심혈관조영술을 동시에 시행하는 첨단 하이브리드 심혈관 조영실에서 순환기내과와 심장외과 교수의 협진으로 ‘경피적 대동맥판 스텐트 시술(TAVI)’을 받았다. 기존 수술법으로 수술했다면 며칠씩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했겠지만 이 수술 덕분에 그는 인공호흡기도 달지 않았고 합병증도 겪지 않았다. 그는 현재 산소치료를 받지 않고 있으며 복용 중이던 천식 약의 용량도 크게 줄였다. 호흡곤란 증상도 생활하는 데 별 지장이 없을 정도로 크게 개선됐다. 권현철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에게 중증 대동맥판 협착증의 최신 시술법인 TAVI가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대동맥판 협착증이란?

“심장에는 피를 한쪽으로 흐르게 만드는 판막이 4개 있는데 주 펌프의 배기밸브에 해당하는 것이 대동맥판이다. 이 대동맥판이 협착되면 혈액을 심장 밖으로 배출하는 데 문제가 생기고 심장 기능이 약해져 목숨을 잃는다. 대동맥판 협착증은 심장판막과 관련한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으로, 고령 인구 증가로 우리나라에서도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김씨처럼 호흡이 곤란할 정도의 중증 대동맥판 협착증이라면 1년 이내에 절반 정도가 사망한다. 말기 암보다 더 무서운 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중증 대동맥판 협착증은 어떻게 치료하나?

“대동맥판 협착증을 치료하려면 대동맥판을 즉시 인공판막으로 바꾸는 ‘대동맥판 치환술’이라는 비교적 큰 수술을 해야 한다. 전신 마취를 한 상태에서 심장을 멈추게 하고 대동맥을 연 다음, 좁아진 대동맥판을 잘라내고 그 자리에 인공판막을 심는 것이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비교적 안전하지만 뇌졸중과 천식 등 문제 있는 환자는 견뎌내기 어려운 수술이다. 김씨는 미국과 유럽 흉부외과학회에서 내놓은 위험도 평가에서 수술로 인한 사망률이 10% 정도였으며, 심각한 후유증이 생길 가능성은 25%에 달했다. 대동맥판 치환술은 금속판막이 들어가므로 혈전이 생기지 않게 와파린 같은 항응고제를 쓰는데, 그 용량이 높거나 낮으면 치명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수술한 뒤에는 평생 혈액검사를 해야 하고, 청국장과 녹황색 채소 등은 삼가야 하는 등 여러 가지 불편이 따른다.”

-TAVI가 그 대안인가?

“그렇다. 최근 개발된 치료법인 TAVI는 대동맥판을 넓히면서 동시에 조직판막이 포함된 철망인 특수 스텐트를 삽입하는 시술이다. 우리나라에는 이 시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이 세 군데밖에 없다. 대퇴동맥이나 왼쪽 가슴을 통해 심장이 박동하는 상태에서 시행하는데, 대퇴동맥이 큰 환자는 대퇴동맥을 통해 시술하지만 대퇴동맥이 작은 환자는 좌측 가슴을 조그맣게 절개한 뒤 심장을 통해 직접 시술한다. 순환기내과와 심장외과 교수가 함께 수술에 참여하는 협진시스템이다. 시술 중 가볍게 마취를 해야 하지만 심장 박동이 멈추지 않으므로 수술 난이도에 비해 위험은 낮다.”

- TAVI의 장점을 쉽게 설명해달라, 또 단점은 없나.

“TAVI는 고위험군 환자에게도 시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노년층에서 대동판 협착증 환자가 늘고 있어, 고위험군의 고령 환자에서도 안전하게 시술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대동맥 상태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도 혈관 석회화가 많이 진행된 고령 환자에게 적합한 이유다. 또한 기존 수술법보다 마취시간이 짧고 절개부위가 작아 회복기간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고, 스텐트를 삽입하는 시술이라 와파린 같은 항응고제를 쓸 필요가 없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와파린 대신 아스피린을 사용해야 하지만 와파린을 쓸 때와는 달리 주기적인 혈액검사나 식이요법을 할 필요가 없어 편하다. 다만 아직 국내에서는 시술 경험이 짧다는 게 단점이다. 실패하는 경우에는 즉시 기존 수술법으로 판막 치환을 해야 하므로 경험과 기술이 축적된 의료진만 시행할 수 있다. 또한 하이브리드 심혈관 조영실이라는 첨단 시설을 갖춰야 하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시술 비용(약 2,000만원ㆍ보험 비적용) 이 많다는 것도 단점이다.”

- TAVI 시술에 필요한 하이브리드 심혈관 조영실이란?

“기존에는 판막수술은 수술실에서, 스텐트시술은 심혈관조영실에서 각각 나눠 시행했다. 수술실에는 무균 공조 시스템, 마취시설, 그리고 수술을 위한 조명시설이 필요하고, 심혈관조영실에는 심장 혈관을 보여 주는 심혈관조영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최신 시술인 TAVI는 가슴을 여는 수술과 스텐트를 삽입하는 시술을 동시에 하므로 양쪽 시설을 동시에 갖춘 특수 수술실(하이브리드 심혈관 조영실)이 필요하다. 이 곳에서는 판막 치환술 등과 같은 대수술도 무리 없이 시행할 수 있어 수술 중 사망하거나 감염되는 확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현재 삼성서울병원은 국내 최초이자 유일하게 하이브리드 심혈관 조영실을 갖추고 있는데, 최근에는 다른 병원도 설치하려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TAVI 이외에도 하이브리드 심혈관 조영실이 필요한 시술이 있나?

“현재 삼성서울병원에서는 대동맥 등 혈관과 관계된 복잡한 수술은 하이브리드 심혈관 조영실에서 시행하고 있다. 복잡한 수술은 심혈관조영기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가 많고 수술 중에 스텐트시술을 함께 시행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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