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방중 기간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은 미국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라고 말한 것은 동북아 정세와 관련한 다양한 포석에서 나온 발언으로 해석된다.
뉴욕타임스는 "북한이 더 이상 동북아에 국한된 위협이 아니라고 미 행정부가 판단하고 있음을 부각시킴으로써 중국에 대북 압박을 강화토록 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게이츠 장관의 발언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의 면담 직후 나온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미 행정부 고위 관리는 "중국은 자신의 '핵심이익'침해라고 판단할 때에만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며 "게이츠 장관이 북한 위협을 거론한 것은 그것이 북미관계 뿐 아니라 동북아 안보상황을 불투명하게 할 수 있음을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의 단속이 게이츠 장관 발언의 배경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북한의 위협이 실재한다고 보는 미 행정부의 군사ㆍ전략적 판단을 드러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는 게이츠 장관이 아버지 부시 행정부에서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내는 등 수십년 간 정보통이었던 그의 경력과 맞물리면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게이츠 장관은 방중 때 북한이 짧은 시간 내 핵무기와 ICBM을 동시 개발하는 것을 크게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이츠 장관이 "이에 대한 협상을 빨리 진행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실제로 미 알래스카 포트 그릴리와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는 북한의 미사일 공격 등에 대비해 18기의 지상 요격미사일이 배치돼 있고, 북한 위협에 맞춰 미사일 규모는 더 증강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이츠 장관의 북한 미사일에 대한 인식은 대북 대화와 관련된 미 행정부의 입장과 맥이 닿아있다. 게이츠 장관은 ICBM 위협을 거론하면서 북한과의 대화의 전제로 미사일과 핵 실험의 유예(모라토리엄)을 요구했다. 미 행정부 고위 관리가 이처럼 구체적 조건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에 대해선 미 행정부가 6자회담 등 대북 대화에 속도를 내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즉 게이츠 장관이 긴박한 인식을 내비침으로써 6자회담을 진전시키기 위한 중국의 역할과 북한의 의무를 촉구했다고 보는 것이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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