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의료기관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대형병원 외래환자의 약값이 대폭 인상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약값 인상이 대형병원에 꼭 가야 할 중증환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데다, 동네 병의원을 찾는 환자에게는 별다른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소비자단체들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제도개선소위원회는 11일 1차 의료기관(동네의원) 활성화 등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을 위해 입원하지 않은 환자가 부담하는 약값을 의료기관 유형별로 차등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번 방안은 현재 상급종합병원(44개 대형병원), 종합병원, 병원, 의원을 찾는 외래 환자에게 30%로 동일하게 적용되는 약값의 본인부담률을 7월부터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60%로 두 배 올리는 것을 비롯해 종합병원(50%)과 병원(40%)도 올리고, 의원급만 본인부담률을 종전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현재 약값이 1,000원이면 300원만 환자가 내고, 나머지 700원은 건강보험 재정에서 충당된다.
복지부가 이처럼 차등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1~3차 의료기관으로 구성돼 있는데도 동네 병의원이 제기능을 하지 못한 채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몰리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5~2009년 상급종합병원의 외래 진료비는 90%나 증가한 반면, 동네 의원은 32%만 늘어날 정도로 대형병원 쏠림이 가속화하고 있다. 복지부가 새해 업무계획까지 담아 기능 재정립에 노력하는 이유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 방안이 실효성을 얻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먼저 감기 같은 경증 질환뿐만 아니라 중증 질환까지 약값 인상 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대형병원을 꼭 찾아야 하는 환자의 약값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09년 대형병원 외래환자의 진료비 본인부담율을 50%에서 60%로 높였지만 환자가 계속 늘고 있다.
아울러 동네 병의원 활성화를 위해서는 해당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에게 약값 인하 등의 혜택을 줘야 하는데, 인센티브 없이 차등 인상만을 택함으로써 결국 국민들의 전체 약값 부담만 늘게 되는 꼴이다.
건정심 회의에서 반대 의견을 냈던 김경자 위원(민노총 사회공공성강화위원장)은 “대형병원에서 수술하고 퇴원한 환자가 약값이 두 배 올랐다고 그 병원에서 처방을 받지 않겠느냐”면서 “쏠림 현상은 막지 못한 채 소비자 부담만 가중시키는 졸속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복지부는 이번 차등 인상 방안에 대해 각계 의견을 수렴해 이달 말 건정심 전체회의에서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을 위한 대책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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