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부성이 3월 말 한ㆍ일 역사 갈등을 초래한 중학교 교과서 검정결과를 발표한다. 우리로선 독도와 영해 표기, 역사 인식 등을 다룬 역사·지리·공민 교과서의 서술 내용에 관심이 크다. 이번 검정은 개정된 교육기본법과 신학습 지도요령의 규제를 받고 있고, 최근 일본과 주변국의 영토분쟁을 둘러싼 국제적 긴장 때문에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60년 만에 개정된 교육기본법의 주요 목표는 애국심, 공공의 정신, 전통의 존중이다. 과거 교육기본법은 진리와 정의, 개인의 가치, 근로와 책임, 자주적 정신을 강조했다. 개정 교육기본법은 국가에의 봉사,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간을 양성한다는 복고적 내셔널리즘이 내재되어 있다는 비판이 있다. 개정된 학습지도요령도 신교육기본법의 취지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새 교육관련 법령은 일본 정부의 교육이념과 역사인식을 반영한다.
독도 문제는 한일 강제병합 100년에 잠시 주춤했지만, 영토 문제에 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은 분명하다. 민심 이반과 집권당의 몰락으로 이어질 정도이기 때문에 가뜩이나 취약한 민주당이 물러설 가능성은 적다. 이 때문에 이미 교과서 검정과정에서 독도영유권을 기술하라고 압력을 가한 바 있다. 신학습지도요령 해설서도 일본의 독도 영유권을 언급하고 있다. 게다가 일본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센가쿠 열도가 중국의 도전에 위협받고 있고, 러시아와 얽힌 북방 4도는 협상조차 불가능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독도 영유권에 더욱 집착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특히 금년엔 우익단체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에서 분파된 교과서 2개가 검정을 받는다. 이들은 신학습지도요령의 방침을 앞서 실현한 최초의 역사교과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모임은 문부성에 보낸 교과서 검정제도 개선에 관한 의견서에 ‘근린제국조항’이 ‘잘못된 자학적 기술을 범람시키는 원인이 되었다’며 이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모임과 비슷한 ‘교과서 개선의 모임’도 일본군 위안부, 난징 대학살 30만 명설, 오키나와전 집단자결 군 명령설을 이른바 자학사관의 3종 세트로 규정하면서 이를 교과서 기술에서 삭제해 제국주의 황군(皇軍)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고 선언하였다.
이런 새역모 교과서의 교육현장 채택률은 2개 출판사를 합해 1.67%였다. 과거에 비해 비약적인 발전이라 할 수 있다. 새역모 측이 자평 하듯 다른 교과서에 미친 영향도 적지 않다. 새역모가 부정하는 일본군 위안부 기술이 대부분의 교과서에서 사라졌고, 새역모가 비판하는 교과서의 채택률이 급락하는 등 이들의 운동이 일부 성공을 거둔 셈이다.
이런 추세에 비춰, 올해 검정교과서가 현행본보다 나아질 가능성은 적다.
교육기본법과 신학습지도요령의 이념과 방향을 따르지 않으면 문부성 검정
을 통과하기 어렵다. 게다가 기존의 광역 채택제가 바꾸지 않는 한, 우익교
과서가 일괄 채택되는 결과가 재현될 우려가 있다.
일본의 교육이념과 교과서 집필 방침은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인류 보편적 가치의 추구와는 거리가 있다. 일본 정부가 역사적 과오를 정당화하거나 분쟁화하려는 교과서 서술을 방치하고 용인한다면, 국제사회의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역사의 시계바늘이 거꾸로 가는 일이 없도록, 일본의 국격에 걸맞게 책임 있는 교과서 검정을 기대한다.
연민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