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집단 예방접종 주사기 반복 사용으로 발병한 B형 간염 환자들에게 잠재적 피해자까지 포함해 모두 3조엔(40조원)에 이르는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법원의 조정을 받아들일 뜻을 밝혔다고 일본 언론들이 12일 보도했다.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札晃)지방재판소는 B형 간염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집단소송에서 전날 이 같은 화해안을 제시했다. 법원은 이미 숨졌거나 중증간경화에 걸린 이들에게는 3,600만엔, 경증간경화 환자에게는 2,500만엔, 만성간염 피해자에게는 1,250만엔을 주고 아직 뚜렷한 증세가 나타나지 않은 잠재적 피해자에게도 일시금 50만엔과 연간 8만엔의 정기검사 비용을 지급토록 했다. 소송의 최대 쟁점이던 잠재적 피해자는 약 44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간경화, 간염 등의 증세가 있는 환자에 대한 배상은 가능하지만 잠재적 피해자는 손해배상 청구 유효기간인 20년이 지나 배상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지금까지의 태도를 바꿔 법원의 조정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대로 조정안이 성립할 경우 앞으로 30년간 3조엔이 필요할 것으로 후생노동성은 보고 있다.
소송 원고측은 “만점짜리 해결책은 아니다”라면서도 잠재적 피해자를 포함해 전원을 구제할 수 있는 틀을 마련했다는 점을 평가했다. 양측은 2월 15일 열리는 사전조정 협의에서 합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1948년 7월 예방접종법을 도입해 유ㆍ소아에게 B형 간염 집단 접종을 실시했지만 ‘주사기를 반복 사용하지 말라’는 정부 지침이 나온 것은 1988년 1월이다. 이 때문에 주사기 반복 사용으로 간경화나 간염 등 증세를 일으킨 피해자들이 1989년 소송을 제기해 2006년 국가 책임을 최종 인정 받았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잠재적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계속 거부해 2008년 3월부터 피해자 621명이 전국 법원 10곳에서 소송을 잇따라 제기했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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