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이 올해부터 병사가 부대 밖에서 자살하더라도 해당 지휘관의 인사고과에 반영하지 않기로 방침을 바꿨다. 군 본연의 임무인 전투, 훈련과 관련 없는 사안에 대한 지휘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휘관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편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군 당국에 따르면 육군은 병사가 휴가 중에 자살하는 경우 군 내부의 자살통계에서 제외하도록 1일 예하부대에 지시했다. 지휘관의 책임도 묻지 않기로 했다. 임무수행과 상관이 없고, 지휘관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벌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군 관계자는 "올해 군의 목표가 전투형 부대 육성인데 지휘관은 그간 사고 예방에만 치중해 온 측면이 있다"며 "가정형편이나 애인과의 불화로 자살하는 경우까지 부담을 주는 것은 지나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육군은 국방부에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자살통계에도 영외에서 발생한 자살을 제외하도록 요청했다. 그러나 국방부가 '매년 작성해 온 통계의 공신력을 떨어뜨리는 일'이라며 거절하자 육군은 자체 시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군 당국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간 평균 자살건수는 77건인데 이 중 부대 안의 병영환경적 요인은 19%인 15건에 불과하고 복무염증, 가정문제, 염세비관, 이성문제 등 개인적 요인이 81%인 62건에 달했다. 군 안팎에서는 자살의 상당수가 휴가 중에 발생하는 상황에서 지휘관의 책임을 배제하는 게 과연 타당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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