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친분 때문인가 유씨 배후에 '거물' 있나
사법고시 출신으로 경찰 내에서도 탄탄대로를 거쳤던 강희락 전 경찰청장은 어떻게 한낱 함바집 브로커에게 코가 꿰게 된 것일까. 11일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강 전 청장이 브로커 유상봉(65ㆍ구속기소)씨와 함바집 운영권 알선 및 인사청탁 비리에 얽히게 된 요인을 단순히 돈 문제로 보기에는 어딘가 석연치 않다. 요직에 있을 수록 몸을 사리는 고위 공무원들의 생리상 선뜻 돈을 받은 게 명쾌하게 설명이 되지 않는 것이다.
최근 경찰청 조사에서 강 전 청장은 여러 차례 일선 지역경찰서장에게 유씨의 편의를 봐주도록 부탁할 정도로 유씨를 챙긴 점은 유씨를 각별하게 생각했다는 방증이다. 유씨의 청탁을 받고 제3의 인물을 통해 함바집 운영권을 알선했다는 강 전 청장의 혐의도 이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씨의 동업자였던 A씨에 따르면 강 전 청장이 유씨를 형님이라고 부르고, 수시로 전화를 하면서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장 집무실까지 수 차례 드나들 정도로 둘 사이의 관계는 친밀했다.
이로 미뤄볼 때 추정할 수 있는 부분은 유씨의 스폰서 설이다. 유씨가 중간 간부 시절부터 강 전 청장을 챙겨온 게 아니냐는 것이다. 강 전 청장이 유씨를 만난 때는 서울중부서장 시절인 1998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 전 청장이 문제가 된 유씨의 돈을 받았을 때도 대가성을 염두에 두기보다는 부하 직원들을 위해 사용할 격려금 정도로 여겼을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다 강 전 청장이 고위층 인맥을 염두에 두고 유씨를 대우했다는 관측도 있다. 유씨는 경찰 인맥은 물론이고 정부 고위관료, 정치인들과도 두루 친분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유씨는 주변 인물들에 각계 각층에 포진한 자신의 고위층 인맥을 과시해왔다. 결국 유씨는 이권 때문에, 강 전 청장은 연줄을 고려한 공생관계를 유지했을 가능성이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강 전 청장이 재임시절 일개 브로커를 봐주도록 여러 부하직원들에게 부탁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면서 "여기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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