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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올림픽공원 '스팅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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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올림픽공원 '스팅 콘서트'

입력
2011.01.11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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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아마 가장 웅장한 콘체르토(협주곡).

11일 밤 스팅의 콘서트가 열린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은 통째 하나의 오케스트라가 됐다. 6년 만에 한국 팬들 앞에 서는 팝스타의 무대엔 스티븐 머큐리오가 지휘하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대편성의 배치대로 자리잡고 있었다.

스팅은 지휘자의 등을 맞대고 객석을 향해 섰다. 그리고 함성을 내지르는 관중을 지휘하며 자신의 히트곡을 연주해 나갔다. 스팅을 사이에 둔 47인 오케스트라와 1만여 객석, 둘의 소리는 구분되지 않았고 어울려 거대한 음의 부피로 협주곡을 완성했다.

대부분 팬들에게 스팅의 팝넘버(pop number)와 오케스트라는 쉽게 섞이지 않는 이미지다. 머리에 묻은 눈을 털어 내고 공연장으로 들어서는 관중들의 표정엔 새삼스러운 궁금함이 서려 있었다. 헤진 청바지의 질감, 생맥주의 거친 거품을 음미하며 듣던 음악을 수트를 차려 입고 들으러 온 얼굴들.

그러나 채 첫 곡의 연주가 끝나기도 전에 관중들은 음유시인의 새로운 시도에 이미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세 번째 곡, 오보에 연주자가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은 ‘Englishman In New York’의 전주를 연주하며 무대에 올라서자 객석은 록페스티벌의 현장처럼 끓어올랐다.

이날 콘서트는 스팅이 지난해 여름 ‘Symphonicities’를 발매한 뒤 이어가고 있는 세계 투어 공연의 하나다. 록 재즈 블루스 펑크 등 여러 음악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스팅이지만 클래식은 쉽지 않은 도전으로 받아들여졌다. 타이를 매지 않은 캐주얼한 옷차림의 오케스트라와 스팅은, 그러나 음악에는 경계가 없음을 묵직한 사운드로 증명했다.

오케스트라 편곡의 진미는 ‘Russians’ ‘When We Dance’ 같은 곡에서 두드러졌다. 현악기가 내는 소리를 파트별로 구별할 수 있을 만큼 정교하게 손질된 이 곡들은 흥겨운 비트에 가려졌던 스팅의 감수성을 한껏 증폭시켰다. 잉글랜드 북동부 해안가의 작은 도시 출신인 스팅의 목소리가, 나이 어린 소프라노의 그것처럼 섬세하게 퍼졌다.

공연은 뒤로 갈수록 박진감이 더해졌다. 영화 ‘노다메 칸타빌레’의 장면처럼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일도 잦아졌다. 흥에 겨워 제 키만한 첼로를 번쩍 들고 연주하는 모습은 관중들을 차마 자리에 앉아 있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두 시간의 열광 뒤, ‘Every Breath You Take’의 센티멘탈한 노랫말과 함께 콘서트는 막을 내렸다. 하얀 눈 속에 무척 포근한 밤이었다.

‘Oh can't you see You belong to me(오, 당신은 모르시나요, 당신이 내 사랑이라는 것을)?’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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