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애리조나 총기난사 사건은 미 정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민주, 공화 양당은 모두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 사건이 몰고 올 정치적 파장의 유ㆍ불리를 놓고 벌써부터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막말정치, 선동적 정치공세는 야당인 공화당, 특히 보수논객들이 이용했다는 점에서 공화당에는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퍼즈 의원, 독설정치 고민
머리에 총상을 입은 가브리엘 기퍼즈 연방 하원의원은 사건 전날 독설정치에 대해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에 따르면 기퍼즈 의원은 "중도정치 발전 방안을 논의하고 싶다. 어조와 당파성을 누그러뜨릴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는 이메일을 7일 친구에게 보냈다. 민주당이면서 당내 보수파인 기퍼즈 의원은 평소 분열과 대립의 파당정치를 우려했다고 한다.
기퍼즈 의원의 상태는 위중하지만 안정을 회복 중이다. 애리조나 투산대 병원은 그가 손가락 2개를 들어 보이는 등 지시에 반응하고 있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기도 했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뇌 압력이 오를 것에 대비, 뇌의 일부를 제거했다. 문제는 인공호흡기 튜브를 제거할 수 있느냐 여부인데, 의정생활 가능 여부도 여기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국정장악의 기회
이번 사건은 1995년 4월 168명이 숨진 오클라호마시티 연방건물 테러사건과 비교된다.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은 한해 전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참패를 당했다. 그러나 비극적 사건을 화합과 초당정치의 계기로 삼으면서 국면을 180도 바꿨다. 시사주간 뉴스위크는 "클린턴 대통령이 당시 비탄 극복의 지도자로 자리매김하면서 선거패배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며 "96년 재선 승리도 정치권이 선동적 정치를 자제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역사가들은 이 사건을 클린턴 대통령 정치적 컴백의 터닝포인트라고 본다.
애리조나 사건은 중간선거 참패라는 비슷한 환경에 처한 오바마 대통령에게 재기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사건 직후 오바마 대통령은 대국민성명을 내고 전국적 묵념을 제안하는 등 비극 극복 지도자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특히 총격을 당한 기퍼즈 연방 하원의원이 건강보험개혁법 찬성론자였다는 점은 향후 오바마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수세력은 정치적 후폭풍 우려
보수파들은 범인을 비난하면서도 정치적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극우성향의 티파티가 자극적 선거전략을 구사한 점이 우려를 더한다. 글렌 벡, 러시 림보 등 보수 논객들은 "우리 탓이 아니다, 정치적으로 이용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보수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도 이날 "불행히도 이번 비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집단이 있다"는 논평을 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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