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무상급식을 둘러싼 서울시정 파행의 시비를 주민투표로 가리자는 주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0일 기자회견에서 전격 제안하자 일부 언론은 즉각 '포퓰리즘에 맞선 정치적 승부수'니 '대선 전초전'이니 하는 말을 써가며 호응하고 나섰다. 이에 서울시는 안건을 곧 시의회에 공식 청구하고, 민주당이 장악한 시의회가 끝내 거부하면 주민청구운동을 해서라도 투표를 밀어붙이기로 했다는 것이다.
토론 제의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오 시장의 답답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싸움의 책임이야 결국 '장군멍군'일 테지만, 무상급식을 빌미로 한 시의회의 오 시장 '발목잡기'는 집요하고 이례적이었다. 지난해 12월 예산 심의에서 서울시 동의 없이 무상급식 예산 등을 임의로 신설한 것은 지방의회의 지출예산 증액 및 신설을 금지한 지방자치법 위반이라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또 서해뱃길 조성사업 등 오 시장의 핵심정책 예산의 대거 삭감은 그렇다 쳐도 대변인실 예산까지 전액 삭감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어려울 정도다.
오 시장으로서는 당장 예산 지출이 봉쇄된 상황을 타개하지 못하면 자칫 '식물시장'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을 느꼈을 수 있다. 또한 무상급식 논란을 타고 민주당이 '보편적 복지'를 차기 대선용 아젠다로 내세우며 공세를 펴자 유력한 대선 후보주자 가운데 한 명으로서 시비를 가리려는 투지가 작동했을 법도 하다.
하지만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오 시장이 이 문제를 주민투표로 몰아가는 것이나, 일각에서 그걸 부추기는 건 순리가 아니라고 본다. 무엇보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야 하는 주민투표는 매우 극적인 '정치드라마'는 되겠지만, 궁극적으로 시비를 가리거나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미 허광태 시의회 의장이 직권 공포한 '무상급식 조례'에 대해 대법원에 무효확인 소송과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등을 추진할 방침임을 밝혔다. 법규 내에서 시비를 따질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먼저 정해진 법령과 규칙을 근거로 시시비비를 가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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