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만호(50ㆍ수감 중) 전 한신건영 대표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면서 한명숙 전 총리 대신 돈을 줬다고 지목한 당사자들이 한씨와 상반된 법정 진술을 했다. 한 전 총리의 9억원 수수 혐의를 둘러싼 진실이 점점 미궁에 빠지는 양상이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우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 4차 공판에서 한신건영 전 개발사업본부장 박모씨는 “한씨한테서 현금으로 받은 돈은 2007년 4월 H교회 신축 등 공사 수주용 활동비 등 명목의 1억원이 전부이고, 달러는 전혀 안 받았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한 전 총리에게 건너간 것으로 검찰 공소사실에 적시된 5억여원(현금 3억원 및 미화 20만달러)의 실제 수수자라고 한씨가 지난 공판에서 주장한 2명 중 1명으로, 이날 공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나왔다.
자금 수수자로 지목된 다른 한 명인 H교회 장로 김모씨도 “달러를 본 적조차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특히 증언과정에서 한 전 총리를 직접 거론했다. 김씨는 “2007년 소극장 인테리어 공사비(1억원)를 한씨가 무료 지원해 줬는데, 한씨에게 ‘교회 공사를 못 따내면 그 돈을 물어내야 하냐’고 묻자 ‘한 전 총리가 목사님과 잘 아니 교회 공사 건은 걱정말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또 2007년 말 한 전 총리 소개로 유홍준 당시 문화재청장 수행비서의 연락처를 받고 유 전 청장을 만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그는 “휴가 중에 발신자 표시제한 번호로 전화가 와 받아보니 한 전 총리였다”며 “유 전 청장을 만나 교회 공사부지의 문화재 지표조사 문제를 상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한신건영의 공사 수주를 위해 일정 역할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던 것과 달리 이날 법정에선 “아무런 일을 한 게 없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한씨는 이날 “2007년 4월 말~9월 초 5억원가량을 두 차례에 걸쳐 박씨와 김씨에게 공사 수주 로비용 ‘실탄’으로 줬다”며 “그 돈의 최종 종착역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주장했다. 한 전 총리가 아닌 이들에게 돈을 줬다는 기존 주장을 고수하면서도 당초 내세웠던 성과급 명목이 아니라 ‘제3자 로비용’이었다고 진술을 일부 바꾼 것이다. 검찰은 “로비 자금을 주면서 누구에게 줄 돈인지 몰랐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격했다. 다음 공판은 17일 오후 2시에 열린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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