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을 끌어온 삼성자동차 부채문제가 사실상 종결됐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소송으로 꼽히는 삼성차 채권환수 항소심에서 삼성그룹이 채권단에 위약금 6,00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온 것. 이 판결에 대해 양측 모두 별 이견이 없는 상태라, 삼성차 부채문제는 이대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고법 민사16부(부장 이종석)는 11일 서울보증보험 등 14개 기관으로 구성된 삼성차 채권단이 이건희 삼성 회장과 그룹 계열사 28곳을 상대로 제기한 약정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삼성 계열사가 채권단에게 6,000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을 제외한 삼성측이 삼성생명 상장을 통해 지난해 6월 원금 2조4,500억 원을 지급함에 따라 이번에는 위약금 지급여부만 판단했다.
삼성차 부채문제는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환위기 직후 구조조정과정에서 자동차사업을 접게 된 삼성은 채권단에게 진 부채 2조4,500억원을 보전해주기 이건희 회장 소유 삼성생명 주식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이 회장은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주당 70만원에 계산해 채권단에 넘겼는데, 여기엔 2000년까지 삼성생명을 상장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하지만 삼성생명 상장이 지연되면서 현금을 손에 쥐게 되지 못한 채권단은 결국 2005년 삼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원금 2조4,500억원에 연체이자를 합쳐 무려 5조원을 내놓으라는 것. 5조원짜리 이 소송은 ‘단군 이래 최대 송사(訟事)’가 됐다.
2008년 법원은 1심 재판에서 삼성이 원금 외에 6,861억원(법정이자율 6% 기준)의 연체이자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조원 이상의 연체이자를 기대했던 채권단은 즉각 항소했다.
지루한 소송전으로 이어질 것 같았던 양측의 대립은 부채처리의 전제조건인 삼성생명 상장이 지난해 마침내 성사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삼성생명 공모가격이 당초 산정가격(주당 7만원ㆍ액면분할전 70만원)을 훌쩍 넘긴 11만원(액면분할전 110만원)으로 결정되면서 채권단은 원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었다.
남은 문제는 4만원의 차익으로 생긴 9,336억원의 향방. 채권단은 이는 연체이자로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삼성 측은 연체이자 약정을 한 바 없는 만큼 당연히 “우리의 몫”이라며 버텼다. 법원은 지난해 말 이 차익을 사회공헌활동 기금으로 출연하라는 중재안을 냈지만 양측이 거부하기도 했다.
결국 이날 항소심에서 법원은 연체 이자를 6,000억원으로 정했다. 1심보다 800억원 정도 줄어든 액수. 한 채권단 관계자는 “지난 12년간 이자비용을 감안하면 6,000억원은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1심과 2심 판결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은 점에 비춰 상고의 실익이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이번 판결로 삼성차 부채 문제는 사실상 종결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자동차 사업을 접으면서 삼성이 채권단에게 물어준 돈은 원금과 위약금(연체이자)을 합쳐 약 3조원에 달하게 됐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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