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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그들에게서 문득, 스페인의 향기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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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그들에게서 문득, 스페인의 향기를 맡았다

입력
2011.01.11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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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광래(57)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달 26일 제주 전지훈련을 마치고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로 출국하기 전 송준섭 대표팀 주치의로부터 보고를 받고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원톱 공격수 뒤를 받치는 처진 스트라이커로 중용할 예정이던 박주영(26ㆍAS모나코)이 무릎부상을 당해 합류가 어렵다는 청천벽력 같은 비보였다. 조 감독은 "지동원(20ㆍ전남)과 손흥민(19ㆍ함부르크) 등 신예 공격수를 데리고 대회를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지만 51년 만의 아시안컵 정상탈환에 드리운 먹구름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2. 조 감독은 지난달 30일 시리아와의 평가전(1-0 승)에서 박지성(30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처진 스트라이커에 기용했다. 박지성을 기존 왼쪽 측면에서 정삼각형의 꼭지점인 공격형 미드필더로 옮겨 공격의 파괴력을 높이기 위한, '박지성 시프트'를 가동했는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실패로 돌아간 '박주영-박지성 시프트'에 고민하던 조 감독은 대회 개막을 코 앞에 두고 구자철(22ㆍ제주)에게 그 임무를 맡겼다.

'구자철 시프트'가 2011년 아시안컵에서 2골을 폭발, '조광래호'의 서전을 장식했다. 51년 만의 아시안컵 정상탈환을 위해선 '구자철 시프트'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가 11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열린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확인됐다.

4-2-3-1 포메이션에서 처진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한 구자철은 전반 40분 선제골과 후반 7분 쐐기골을 작렬, 한국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아시안컵 첫 무대에서 A매치 3ㆍ4호골을 기록한 구자철은 "모두 우승을 위해 뛰고 있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철은 최전방 공격수 지동원이 상대 수비를 끌고 나가면서 생긴 빈 공간에 대한 적극적인 침투와 문전쇄도, 감각적인 볼 터치 등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구자철 시프트'가 조기 연착륙하면서 조 감독의 전술활용 고민도 한결 덜 수 있게 됐다. '만능 플레이어' 구자철은 지난해부터 기량이 만개했다. 부침을 겪으면서도 철저한 자기관리로 프로 데뷔 이후 가장 바쁜 한 해를 보냈다.

2009년 이집트 20세 이하(U-20) 청소년월드컵 8강 신화를 이끈 구자철은 '허정무호'에 승선했으나 남아공월드컵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절치부심 끝에 K리그에서 5골 12도움을 기록, 생애 첫 도움왕에 오르며 '만년 꼴찌' 제주를 준우승에 올려 놓았다.

상승세는 대표팀 맹활약으로 이어졌다. 홍명보(42) 감독이 이끌던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주장을 맡아 3골을 넣는 등 동메달 획득의 주역이었다. 언제든지 유럽 빅 클럽에서 뛸 수 있다는 게 구자철을 바라보는 축구 관계자들의 평가다. 박경훈 제주 감독도 "(자철이는) 정말 많이 움직이고 성실하다. 감독이라면 누구나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최고의 선수"라고 말했다.

대표팀은 같은 날 인도를 4-0으로 대파해 조1위에 오른 호주와 14일 오후 10시15분 알가라파 스타디움에서 2차전을 치른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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