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주 총기난사 사건 용의자인 제러드 러프너(22)가 10일(현지시간)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러프너는 이날 머리를 짧게 밀고 황갈색 죄수복 차림을 한 채 피닉스 연방지방법원에 출두했다. 판사는 그에게 살인 등 혐의로 종신형이나 사형이 구형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를 물었고, 그는 "그렇다"고만 짧게 대답했다. 법원은 러프너에게 보석없는 구금을 명령했다.
로버트 뮬러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수사가 진행될수록 혐의가 추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 당국은 일단 러프너의 정당 가입 경력이나 총격을 사주한 배후 세력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편 러프너는 주디 클라크를 국선변호인으로 선임했다. 클라크 변호사는 오클라호마 시티 연방청사 폭파(1995년), 유너바머 우편폭탄 테러(1996년), 9ㆍ11테러(2001년) 등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대형 사건의 변호를 맡아 주목을 끌었다.
러프너가 사실상 이번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면서 그의 과거 행적과 관련한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한때 러프너를 가르쳤던 피마커뮤티티 칼리지의 벤 맥기 교사는 "러프너는 지난 해 6월 위협적인 행동을 자주 해 수학수업 도중 쫓겨난 적도 있다"고 CNN에 말했다. 러프너는 지난 해 2~9월 사이 학교에서 수차례 문제를 일으켜 정학 처분을 받았는데, 학교 측은 복학 조건으로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정신건강 진단서를 첨부토록 했다.
그가 2008년 군에 자원 입대를 신청했으나 약물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여 불합격 처리된 사실도 미 언론에 소개됐다.
애리조나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서 총기 소유를 둘러싼 논란도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논란의 핵심은 총기 규제가 얼마나 느슨하길래 러프너와 같이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조차 총기를 소유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와 관련 미 시사주간 타임은 이날 정신병력자의 정보를 공유하는 국가차원의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2007년 30여명의 사망자를 낸 버지니아텍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 조승희도 주법원으로부터 심각한 정신적 결함이 있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자유로운 총기 사용을 허가 받았다.
버지니아텍 사건 이후 미국 국가범죄경력검증시스템(NICS)에는 200만명이 넘는 정신병력자의 개인신상 정보가 축적됐다. 문제는 주(州)별 협조체계가 불충분한 탓에 이들에 대한 정보 공유가 원활치 않다는 것. 애리조나주는 NICS에 당연히 등재돼야 하는 정신병력자 12만1,700명의 명단을 자체 보유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변에서 러프너의 돌출 행동을 걱정하면서도 정작 그런 끔찍한 짓을 막을 예방책은 전혀 마련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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