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의 결합인 크로스오버와 체험을 강조한 실험공연이 올해 시즌 첫머리를 달구고 있다. 다양한 장르를 통합해 주목도를 높이고 체험을 통해 감성을 쉽게 전달하는 식이다. 비언어극(넌버벌 퍼포먼스)의 특성이 있는 이들 공연은 세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문화상품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어 더 주목받고 있다.
액션페인팅과 공연의 만남_드로잉쇼 ‘HERO’
드로잉쇼 ‘HERO’는 미술과 공연을 결합한 크로스오버로 관객에게 체험 욕구를 자극한다. 4명의 배우가 춤과 함께 각각의 그림을 완성하는 액션페인팅을 하는데 이 그림을 모으면 찰리 채플린, 마이클 잭슨, 슈퍼맨 등이 나타난다. 경쾌한 사물놀이가 펼쳐지는 가운데 배우들이 목탄으로 2~3분 만에 큰 호랑이를 그려 내는 스피드드로잉도 볼 만하다.
또 순식간에 공연장 세트가 무너지고 마술 같은 영상 기법으로 이를 다시 복원하는 장면이 나타난다. 프로젝터로 투사한 이미지와 무대 위 구조물도 멋들어지게 어우러진다.
서울 중구 초동 명보아트홀 다온홀, 무기한 공연 중. (02)766_7848
4D로 체험하는 시간 여행
‘노이(noi)와 함께 떠나는 평행지구여행’은 4D를 구현한 첨단 기술과 사물놀이 등을 결합한 크로스오버. 홀로그램과 증강현실 등을 통해서도 관객의 사실적 체험을 유도한다.
100여평의 방에 들어서면 관람객의 얼굴을 한 하얀토끼 모양의 아바타가 모니터에 등장해 1시간여 동안 관람객을 따라다닌다. 동작인식이 결합된 지름 10m 가량의 입체영상 그림은 관객의 움직임에 반응한다. 사용자의 몸동작을 통해 음악을 만들어 보는 영상벽화도 인상적이다.
이 방에 딸린 5개의 공간에서는 바람의 숲, 환영의 호수, 차원의 도시 등을 즐길 수 있다. 관람객은 더 이상 수용자의 입장에만 머무르지 않아도 된다.
서울 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 갤러리, 14일까지. (02)515_5467
한계점도 많아
하지만 이들 작품은 퍼포먼스 그 자체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이야기 구조가 빈약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드로잉쇼 ‘HERO’의 경우 배우들의 관계 설정이 거의 없고 스토리 역시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관객의 체험보다는 시각적 즐거움 그 자체에 그친다는 점에서 기존 공연예술의 문제점을 최대화한 것이다. 미술 전문가들인 배우들이 표정이나 연기가 어색하고 유머 감각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받는다.
반면 파란 얼굴의 세 남자가 등장하는 미국의 블루맨 그룹(Blue Man Group) 공연은 주인공이 악기의 소리나 쓰임을 배우며 스타가 돼 가는 이야기 구성을 갖추고 있다. 세 남자가 악기를 배우는 과정에서 관객석에 내려가 체험을 유도한다.
원종원 뮤지컬 평론가는 “크로스 오버ㆍ체험 공연이라도 결국 이야기가 작품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힘”이라고 말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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